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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실험영화 감독이자 페미니즘⋅탈식민 담론의 저명한 학자인 트린 민 하의 초기작 <재집합>(1982)과 <그녀의 이름은 베트남>(1989)을 분석하며, 그녀 영화의 핵심어인 간격(interval)과 번역의 문제를 고찰한다. 트린 감독의 영화에 서 간격은 이미지와 언어,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 말하는 것과 쓰인 것, 영* 이 논문은 2019년 10월 9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포럼에서 발표한 것을 수정한 글이다. 116 영화 연구 84 화와 문학, 픽션과 다큐멘터리, 실제의 것과 연출된 것,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카메라와 이미지, 창작자로서의 ‘나’와 관람자로서의 ‘당신’, 프레임을 짜는 사 람과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 기원과 주변, 세계와 재현, 주어진 정체성과 수행적(performative) 주체성 사이의 다양한 공간에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트 린 감독 자신과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사회적 배우들을 젠더/민족-국가/계급과 같 은 정체성의 번역자이자 협업자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이 세계 내에 있는 모두가 의미 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자신이 속한 집 단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유일한 권위를 갖지는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베 트남>에서 트린을 포함한 베트남 여성들은 자신이 속한 정체성의 이야기조차 번 역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번역과 서로의 의미를 끊임없이 배신하는 재현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원본이나 기원 없음을 강조한다. 정체성은 생존과 저항의 정치적/개인적 전략으로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체성이 ‘진정한’ 도착점, 종점으로서 본질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면,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의 투쟁으로 축소될 뿐이다. 정체성의 명명이 아니라 위치를 질문하는 트린 민하 영화의 미학 적이고 정치적인 전략은 최근 대중적 페미니즘이 활용한 ‘미러링’이 정체성의 이 분법적이고 대립적인 구도에 갇힐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 는 바가 크다.


This essay analyzes Reassemblage(1982) and Surname Viet Given Name Nam(1989), early works by Trihn T. Minh-ha, who is an experimental documentary filmmaker and feminist postcolonial studies scholar, focusing her key concepts such as interval and translation. The interval takes place between various spaces, such as between the visual and auditory, the spoken and the written, film and literary, fiction and documentary, the real and the staged, interviewees and interviewers, camera and filmed image, ‘I’ as a creator and ‘You’ as spectators, framer and framed, the original and the transformed, the world and the represented, and given identities and performative identities. In this process, Trinh takes herself as a translator and collaborator of the work and emphasizes the fact that everyone in the world participates in the creation of meaning or identity. She foregrounds the absence of the origin or the original, recognizing the fact that even the identity of the community she belongs to cannot be fully translated and only can be represented through the images ceaseless betraying the meaning and identity. Trinh’s strategy that question not the naming but the positions of identity provokes our thought about feminist aesthetics and politics, when the way of ‘mirroring’ performed by popular feminist on South Korean internet in the recent years has a risk that it could be trapped in the oppositional and fixed structure of ident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