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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며 문학비평가인 피에르 마쉐리의 문학비평 이론에 기대서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축에 관한 텍스트들은 그것들만의 고유한 이데올로기적 주장, 곧 야훼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설득하려는 특수한 물질적 효과를 만들어냄으로써 물질적 현실을 생산 또는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고대 이스라엘의 고고학, 사회학, 인류학적 텍스트 외적인 연구 성과에 기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성서 안팎의 증거들에 근거해서 당시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역사주의적 접근방법을 취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 논문은 예루살렘 성전 재건축에 관한 텍스트의 레토릭을 특수한 물질적 효과를 갖는 물질적 재생산으로서 탐구하고 있다. 히브리 성서 역시 이념적 목적과 물질적 효과를 갖는 투영된 현실이므로 히브리 성서 텍스트의 주석은 텍스트의 구조와 그것이 목적하는 효과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기원전 6세기 초기 아케메니드 제국 지배하에 있던 유다가 생산한 히브리 성서 텍스트의 중심에는 예루살렘 성전이 있다. 성전은 지어진 이래로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성전의 파괴는 당대와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재난인 동시에 야훼의 예언이 성취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기원전 6세기에 가장 시급한 이데올로기적-신학적 과제는 하나의 왕국기관인 동시에 야훼 현존의 상징이었던 성전의 연속성과 변화를 규명하는 일이었다. 재건된 성전의 기능은 과거와 달랐다. 군주의 이데올로기적, 행정적 요구를 충족시켜줬던 성전이 군주제가 없어진 후에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규명해야 했던 것이다. 학개, 스가랴, 제3이사야, 에스라, 느헤미야 등 제2성전에 관한 히브리 성서의 텍스트들은 이와 같은 이데올로기적-신학적 지반(matrix)에 대해서 수사적, 물질적 효과를 미치려는 목적으로 쓰였다. 새로운 공동체의 건설은 나름의 독특한 물질적 효과를 갖는 텍스트의 생산을 요구한다. 이 텍스트들은 제2성전의 건축을 현존질서에 대해서 종말론적 변형을 이루려는 야훼의 의지와 명령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현상 질서를 극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각각의 텍스트는 이 과제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수행하여 서로 다른 물질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학개는 성전 재건을 야훼의 최종적 구원의 첫 단계로 이해하는 반면 스가랴는 성전 그 자체가 아니라 예루살렘에 초점을 맞춰서 야훼의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을 세계 역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이해한다. 이들보다 후대의 문서인 에스라 1-6장은 아케메니드 제국과 야훼가 ‘포로귀환 공동체’(golah community) 편에 서 있음을 보여주려는 물질적 효과를 노린다. 이들 텍스트들의 공통점은 해결할 수 없는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종교적 문제로 치환함으로써 현실적인 문제들이 최종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