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I. 솔로몬의 아가는 성서에서 유래하는 유명한 텍스트이다. 종교적인 텍스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적인 텍스트이며, 오늘날까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텍스트이다. 텍스트 1은 노년의 괴테의 시인데, 성경이 평생 동안 괴테에게 중요한 역할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는 1840 년 코타 출판사에서 <세계문학 Weltliteratur>이라는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제목 하에 출판되었지만, 이것과는 구별되는 현상인 <세계시 Weltpoesie>로 간주된다. <세계문학>이라는 새로운 표현은 점점 증가하는 국제적이고 간문화적인 문학적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세계시>는 괴테가 이해하는 바로는 ‘인류의 공통 자산’이며 “어느 시대 어디에서나 수많은 인간들이 대표하고 있는” 그러한문학을 의미한다. <세계시>는 “세계문학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대상”에 속하며 그와 함께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즉 성공적인 세계문학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인 것이다. 괴테는 구약의 책 두 권, 즉 다윗의 시편들과 아가서의 시를<세계시>에 대한 모범적 예시로 제시한다. 성서는 평생 그의 작품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된 중심적인 문헌이었다. 그런데 괴테는 성서를 종교적 의미에서 “책 중의 책”이 아니라 “책들 가운데 하나의책”으로 받아들였다. 괴테는 성서텍스트를 성스러운 역사적 연관관계에서 해체시켜서 자기 고유의 목적을 위해 작품에 투입한다. 이러한 과정은 세속화라고 표현되는데, 단어나 어법, 언어 표현, 인물, 그림, 모티브 등을 종교적인 언어영역으로부터 떼어내서 시 창작에 사용하는 것이다. II. 괴테가 <세계시>에 대한 성서적 예로서 소개했던 두 성서 텍스트 가운데 특히<아가서>는 그것의 세속성과 종교성의 관계에 대해서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명백히 세속적이고 감각적이고 성적인 사랑의 시가 어떻게 성서 경전에 편입될 수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아가서가 경전화된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70인역 성서(BC 3 세기경)는 벌써 아가서를 경전의 일부로 다루고 있다. 아가서가우선 알레고리화라는 우회로를 통해서 경전에 편입되었다는 주장은 입증될 수 없다. 70 인역에서는 어떤 알레고리적 해석도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오늘날에는 알레고리적 주해가 이미 경전화된 책의 이차적인 이해로 간주된다. III. 괴테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서가에 있던 메리안 성서Merian-Bibel 에서 아가서를 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안 성서의 아가서는 루터의 서문과 함께 실려있는데, 루터는 이 시들의 대상이 하나님의 종교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알레고리적 해석에 대한 중심 단초는 히브리어 sal-hävätjah 인데, 루터는 그것을 “Flamme des HERRN”이라고 번역함으로써 jah 를 하나님의 이름의 축약형이라고 한 반면, 70인역과 불가타 성서에서는 그것을 단지 강조하는 접미사로 보고 아가서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괴테는 1775년에 성서 가운데 유일하게 아가서를 직접 독일어로 번역하였다. “나는 솔로몬의 아가를 번역하였다. 그것은 하나님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노래 모음이다.” (1775 년 10 월 8 일 또는 10 일자 메르크에게 보낸 편지) 괴테는어린 시절 히브리어 수업을 받았다. 그의 히브리어 지식은 완전히 원본만 가지고번역을 하기에는 충분히 않았겠지만, 여러 판본을 보고 번역하면서 계속 히브리어원전을 참조했을 것이다. <괴테의 아가서 번역의 특징>- 히브리어와 라틴어 원전의 단어배열순서에 충실하게 번역- 독일어에서는 익숙지 않은 어순을 선택하여 문장과 시행의 시작부분에 강한강세를 둠- 초두 강세와 함께 두운법을 사용하는 경향- 리듬을 살리기 위해 음절을 생략하거나 접속사, 관사, 대명사 등을 생략- 짧고 간결하게 쓰려는 경향. 즉 우회적 표현보다 적합한 단어를, 명사구보다는 동사를, 관계문보다는 소유격 부가어를 선호. 반복을 피하고 몇몇 구절들은 완전히 누락시킴. - 헤르더와 마찬가지로 아가서를 <사랑노래 모음>으로 보아서 텍스트를 자신의 고유한 생각에 따라 배열. 괴테의 번역은 거시적인 구조로 볼 때 정경 판본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만 개별적인 시의 측면에서 보자면 원본에 충실하려고 애쓴 번역- 루터가 “eine Flamme des HERRN”이라고 번역한 부분을 괴테는 불가타 성서과 70인역의 본보기를 따라 jah 를 강조하는 의미의 접미사로 파악하여“eine fressende Flamme”로 번역IV-V 아가서는 『파우스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그레트헨을 아가서와 연결 짓는 표현들에서 눈에 띄는 일치점들이 보인다. 『서동시집』에서도 아가서의 흔적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줄라이카의 서>의 경우 괴테의 연작시와성서 원본 사이에 일련의 구조적 유사성이 명백히 나타난다. 결정적인 공통점은이 두 노래모음의 기본적인 대화구조이다. 아가서와 <줄라이카의 서>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동등한 파트너로서 대화를 이끌어나감으로 남녀 양측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 쌍의 연인 이외에 제 3 의 화자로서 젊은 여인의 무리가 등장한다는 점도 역시 양 시모음의 구조적인 유사성을 더 강화시킨다. VI 괴테가 아가서를 순수한 세속적 텍스트로서 수용했다는 견해는 의문스럽다. 아가서는 괴테에게 있어서 특별히 아름다운 <세계시>의 일례일 뿐만 아니라, 시와종교, 에로스와 하나님의 사랑, 감각과 천상의 행복의 관계에 대한 모범적인 본보기이다. 『시와 진실』 6장에서 괴테는 아가서가 “시, 종교, 철학은 완전히 하나를이룬다”는 그의 생각에 대한 “유효한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괴테는 전적으로 이런 의미에서 아가서를 세속적인 사랑의 노래이자 동시에 종교적인 텍스트로 받아들였다. 분석에서 살펴보았듯이 그의 아가서 번역은 히브리 시를 세속적인 사랑의 서정시로 소개한다. 특히 괴테는 루터가 알레고리적인 의미차원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로 해석하는 8 장 6절을 ‘종교적인’ 의미로 번역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시 작품에 아가서를 수용할 때는 이 히브리 민속시의 종교적인맥락이 괴테에게 있어서 결정적인 의미를 얻는다. 『파우스트』와 『서동시집』에서는 아가서와 관련해서 바로 세속적인 영역과 종교적인 영역의 관계를 주제화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파우스트』에서는 주도동기의 기능이 본질적으로 아가서의 성적이면서 종교적인 이중적 의미함축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서동시집』에서는 아가서 해석사의 중심 문제, 즉 ‘세속적인’ 해석과 ‘신비적인’ 해석의 관계에 대한 질문그 자체가 테마가 된다. 괴테는 한편으로는 수천 년 동안의 전통인 알레고리적 해석에 반대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환원하는 것도반대한다. 양자를 완전히 분리하고 알레고리적인 해석만을 수용하는 정통 기독교전통과는 달리, 그리고 아가서를 단지 문학작품으로 보고 극단적인 경우 경전에서제외하는 ‘세속적인’ 해석 전통과도 다르게 괴테에게 있어서는 『서동시집』에서영역을 서로 섞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영역의 <섞음>은 하만과 헤르더의 아가서 해석뿐만 아니라, 20 세기의유대적 해석에서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가장 오래된 유대적 견해를 특징짓는다. 왜냐하면 아가서를 세속적으로 읽는 것과 종교적으로 읽는 것을 엄격하게 분리하는것은 역사적으로 고찰했을 때 후기의 발전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후기 유대적 해석전통과 기독교적 해석전통과 세속적인 해석전통을 특징짓는 ‘이원적인’ 해석은 아가서의 기원에서 제외될 수 있다. 아가서는 ‘세속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이 아직분리되지 않은 단일체를 형성하고 있던 시대에 생성되었다. 그러므로 아가서를‘원천적으로’ 순수한 세속 텍스트라고 기술한다면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것은모든 알레고리적 해석에 앞서 이미 종교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프란츠 로젠츠바이크의 말을 빌면 “아가서는 ‘진정한’, ‘세속적인’ 사랑의 시임에도 불구하고가아니라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진정한 ‘종교적인’ 노래”이다. 괴테의 다음 개념은 로젠츠바이크의 견해와 결코 정반대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바로 “하나님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노래 모음”을 위해서 괴테의 해석학적 근본원칙으로서의 “하나이자 둘 Eins und doppelt”이라는 개념이 『서동시집』의 관점으로부터 드러난다. 하나(천상의 것)는 다른 하나(지상의 것) 없이는 가질수 없다. 그리고 괴테에 따르면 이 기본원칙은 사랑의 영역과 시의 영역에 있어서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