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이 논문의 목적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아시아에서 이루어진 ‘문명-서양’ 관념의 형성과 전개 양상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구명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메이지 일본의 ‘문명-서양’관이 ‘진보’와 연결되면서 일종의 패러다임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후쿠자와 유키치와 유길준을 통해 살펴보았다. 후쿠자와의 문명관이 유럽 진보사관을 배면에 깔고 한문맥의 전통을 배제한 채 이루어졌다면, 유길준의 문명관은 후쿠자와의 영향을 받아 ‘문명-서구’ 관념을 형성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유교적 세계관을 통해 ‘문명-서양-진보’를 이해하려 했다는 점에서 변별점을 지닌다. 다음으로 1900년대 전후 조선 지성계의 에크리튀르에 등장한 번역어 ‘진화’와 ‘천연’을 통해 ‘문명-서양-진보’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양상을 구명하고자 했다. 이 용어들은 당시 주류 정치담론이었던 사회진화론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으로 각각 일본과 중국의 문명관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용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진화론의 핵심 개념인 ‘evolution’을 ‘天演’이라는 신조어로 번역했던 옌푸의 사상은 한문맥의 전통을 잇고 있던 조선의 지식인들이 지닌 ‘문명-서구’관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1900년대 조선의 지성계에는 한문맥, 중국, 개신유학, 천연으로 묶이는 그룹과 리터래쳐, 일본, 유학생, 기독교로 이어지는 그룹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전자가 ‘진보’의 관념을 ‘천연’의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지식인들이라면 후자는 ‘진보’를 ‘진화’의 측면에서 바라본 유학생 출신의 지식인들이라 하겠다. 하지만 1910년대를 넘어가면서 이러한 상황은 일본 유학생 지식인 그룹에 의한 문화적 헤게모니 장악으로 인해 해체되고 만다. 이는 20세기 전반기에 전개될 한국문학의 우여곡절을 예고하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The purpose of this thesis is to bring light on the formulating process and the changing process of the concepts of ‘civilization-the West’ formed in East Asia between the late 19th century and the early 20th century. To achieve this, firstly the thesis looks into how a view on ‘civilization’ of Meiji Japan developed into the paradigm of East Asia after it was connected with ‘progress’. Secondly, this thesis examines the changing process of the paradigm of ‘civilization-the West-progress’ by analyzing a translated word ‘Jinhwa’ and ‘Cheonyeon’ which appeared in écriture of the intellectuals of the Joseon Dynasty in around the 1900s. These terms that were coined in the course of translating Social Darwinism, which was the mainstream political discourse, are derived from the viewpoint on civilization of Japan and China. To sum it up, it can be said that there have been created two groups in the intellectuals of the Joseon Dynasty in the 1900s, one who is interconnected with the context in Chinese characters, China, neo-confucianism, and cheonyeon and one who is linked with literature, Japan, Joseon students studying in Japan, and christianity. The former is intellectuals who could understand the concept of progress from the viewpoint of ‘Cheonyeon’, while the latter is intellectuals who considered progress from the aspect of ‘Jinhwa’. Over the 1910s, however, a situation like this came to an end as a result of holding cultural hegemony by Joseon intellectuals studying in 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