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1. 카우프만의 법철학사상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법의 내용적인 측 면에 초점을 맞춰 법의 존재론적인 구조를 강조하는 존재론적인 착안점이 주안점을 이루었다. 두 번째 단계는 방법론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유추”라는 개념을 통해 사태와 규범간의 해석학 적인 연관관계를 중시하는 해석학적인 시대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는 정의의 절차적 이론 을 비판하면서 소위 “위험사회”에 대한 법철학이 주안점을 이룬다. 2. 그의 만년의 법철학사상에서는 하버마스의 담론이론에 대한 비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진리의 합의설”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첫째 질문은 “우리가 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문장” 은 진리라는 속성을 지닐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항상 동일한 사태를 재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주장”도 이러한 것이 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동일한 문장이 서로 상이 한 주장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장되어진 “명제”만이 진리라는 속성을 지니게 된 다. 즉 “진리는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하면서 명제에 부여하는 효력요청이다”. 둘째 질문은 진리의 “중복이론(Redundanztheorie)”에 관한 것인데, 하버마스에 따르면, 이 이 론은 사실 “P가 옳다”는 “주장”에 어떤 다른 것을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맞지만, 그러나 이 이 론은 “주장”에 “진리의 요청”을 부여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주장 (Behauptung)”과 메타언어적으로 수행된 “확정(Feststellung)”을 구별하고, 이에 근거해서 담론 이론에 가장 근본적인 통찰인 “행위”와 “담론”을 서로 구별한다. 즉 행위영역에 있어서는 “주 장”에 암시된 “효력요청”이 묵시적으로 전제되지만, 담론이 시작되면 행위영역을 떠나 “효력요 청”의 정당성이 문제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진리와 담론간의 필연적인 구조적 맥락이 밝혀진다. 셋째 질문은 우리가 주장하는 “사실”과 경험의 “대상”들과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 “진리의 상응이론(Korrespondenztheorie)”에 대한 비판이다. 그에 의하면, 경험의 “대상은” 우리가 그것 에 관해 일정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서 이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이에 반해 “사실”이 란 우리가 대상에 관해 주장하는 무엇으로서 이 세계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상응이 론”의 잘못은 “대상”과 “사실”을 서로 혼동한 데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이미 언급한 “행위”와 “담론”의 구별을 “사실”이 담론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고려한다. 그러므로 특정한 사태가 맞는가 아닌가는 경험의 명증성이 아니라 논증과정이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는 다음의 결론, 즉 진리는 효력요청이 담론을 통해 충족되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진리개념의 두 가지 요소는 “효력요청”과 “담론을 통한 이것의 충족가능성”이다. 이렇듯 진리의 효력요청이 담론에서의 합의를 통해 충족된다면, 이러한 합의는 근거지워진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고 합의를 근거지우진 것으 로 특징지우는 조건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담론의 논리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하버마스는 툴 민의 논증도식을 받아 들여 이론적인 담론에서는 “귀납원칙”, 실천적인 담론에서는 “일반화원 칙”에 의해 데이터에서 결론으로의 추론이 근거지워진다고 한다. “담론의 논리학”이 어느 정도 실체적인 성격을 지니기는 하지만, 하버마스의 주된 관심은 효 력요청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담론의 형식적인 특성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 여기서 그는 근거지 워진 합의는 단지 “이상적인 대화상황”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모든 대화참가 자들에게 부여되는 4가지-1) 의사소통적인 언어행위, 2) 의견의 개진이나 비판, 3) 대표적인 언어행위, 4) 규제적인 언어행위-에 대한 기회의 균등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상적인 대화상 황”을 주장한다. 이러한 “이상적인 대화상황”은 진리의 조건이기 때문에 근거지워진 합의는 그 러한 언어상황에서만 가능하다. 3. 전체적으로 볼 때 하버마스의 담론이론은 합리적인 의사소통행위로부터 정당한 내용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카우프만은 다음의 세 가지 비판을 한다. 첫째 비판은 합의를 획득할 수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소위 “이상적인 대화상황”이 단순한 가정에 불과하다 면, 합의도 의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론이론이 추구하는 이러한 합의가 사실상 획득 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이상적인 대화상황”은 담론이론가의 머리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내용도 지니지 않는다. 그러므로 합의를 단지 “규제적인 이념”으로 파 악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는 것이다. 둘째 절차이론의 약점은 어떠한 내용적인 것을 전제하 지 않은 채 순수 절차를 통해서만 진리를 발견하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외부에 있는 경험이 논증과정 안에 들어갈 수 없다면, 어떻게 담론이 정당성을 지니게 되는 것인가? 물론 특정 진 술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에 관한 합의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러한 합의는 반드시 일정한 내 용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담론이론의 진리발견은 “자신들만의 일(Insichgeschäft)” 이 될 위험이 존재한다. 마지막 비판은 담론이론에 의해 획득된 합의가 궁극적인 근거인가이 다. 왜냐하면 카우프만에 의하면, 형식적인 담론이론은 단지 형식적으로 올바르게 이루어진 합 의만을 확정할 수 있을 뿐이지, 진리를 근거짓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담론이론이 주장 하는 합의는 진리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합의이론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없다. 4. 물론 담론이론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절차적 이론이 모두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담론은 간주관적으로 합의가능한 인식을 획득하기 위한 불가결의 조건이기 때문에 유용할 뿐만 아니라 불가결하다. 다만 이 이론은 경험을 포기할 수 있다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에 내 용적으로 보충될 필요가 있다. 즉 진리의 기준은 합의가 아니라, 다수의 주체가 동일한 대상에 대해 서로 상이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이한 주관적인 인식요 소들은 상쇄되고 결국에는 객관적인 요소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카우프만의 이러한 “수렴이론”은 그 밖의 세 가지 다른 원칙들-논증원칙, 정합성원칙, 반증원칙-에 의해 보충된 다. 그러나 담론을 어떻게 규정하든 간에 담론은 동일한 대상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데 카프만 은 담론의 대상을 “인격으로서의 인간”으로 파악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인격으로서의 인간이 법적인 담론의 절차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규정한다. 5. 스승인 라드브루흐가 초반에 상대주의를 주장한 후, 만년에 절대주의 쪽으로 기울었다면, 카우프만은 초기에는 절대주의적인 경향을 취하다가 후기에는 점차 상대주의 쪽으로 기운다. 소극적 공리주의를 앞세우는 카우프만이 위험사회와 관련해서 상대주의적인 주장을 하지만 그 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대주의적인 생각은 다시 “책임원칙”과 “관용의 원칙”에 의해 한계 지워진다. 전체적으로 보면, 카우프만의 내용을 중시하는 법철학은 인간의 이념을 중시함으로 써 법의 현실적인 합리성은 전체로서의 인간에 근거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