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이 논문에서 베아트리체의 양성성을 논의하는 목표는 그것의 양상을 파악한다기보다 그것이 <신곡>의 진정한 보편성의 재고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에 있다. 베아트리체를 비롯해 <신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양성성에 대해 그동안 수행된 논의들이 여럿 있었지만, 양성성의 문제를 <신곡>의 보편성과 관련하여 논의하고자 할 때 그 논의들과는 다른 측면의 조명이 필요하다. 진정한 보편성이란 자체를 부정하고 초월하는 동시에 자체를 유지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신곡>의 보편적 가치는 자기중심적이며 자기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이른바 주변부화의 과정에서 구성되며, <신곡>을 서구 중심의 제한된 고전이 아닌,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고전으로 부활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곡>의 보편성은 서구중심으로 논의되면서 그러한 진정한 보편성은 조명되지 못했다. 베아트리체의 정체성을 불교 철학의 도움을 얻어 양성성의 측면에서 해석하는 작업은 <신곡>이 지닌 진정한 보편성의 부활에 기여한다. 바꿔 말해 베아트리체의 양성성은 <신곡>의 보편성을 위해 작가의 전략으로 그 속에 장착되어있으며 그것을 적절히 되살리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이 논문의 목표이며, 양성성에 대한 불교적 접근은 그러한 목표에 적절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