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본고는 알렉산더 클루게의 산문모음집 악마가 남긴 틈새(2003)를 형식과 내용적 측면에서 소개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책은, 작가이며, 영화감독, 티비 제작자 겸 사회이론가인 클루게가 자신의 이전 문학 작품에서 발전시킨 방법을 일관성 있게 적용한 것으로 드러난다. 약 500 개의 이야기가 9개의 큰 장에 배열되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클루게는 기록적인 것과 허구적인 것의 경계를 계획적으로 흐리고 있다. 그는 독자들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할 때 자기 스스로의 관심을 따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렇기는 하나 작품은 - 첫 인상과는 달리 - 전체를 묶어주는 하나의 계획적인 구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림과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대화와 주제적 연결을 밝혀주는 부록 등이 작품의 이야기에 보충적으로 더하여져 있다. 이야기의 주제는 항상 위기상황과 관련되어있다. 클루게가 봤을 때 사적인 곳에 사회성이 드러나는 사랑의 위기, 사고와 재난과 관련된 이야기 및 전쟁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전쟁은 그의 첫 번째 문학작품인 『이력서』(1962)에서부터 관심의 중심에 서 있던 주제였다. 위기상황에서 클루게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신속한 혁신을 강요하며 따라서 인간의 생산력을 도전적으로 요구하는 학습의 계기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이 어떻게 서로 대응하는가를 연구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이 주관적으로 객관적인 외부에 대항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주객의 두 국면이 개인 내부뿐만 아니라 사물 및 소여의 영역에서 어떻게 서로 얽혀있는지를 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1990년의 독일 통일에 대해서 클루게는 매우 짧게 언급한다. 1989년의 변혁은 평화스러운 시대가 시작할 것이라는 당시의 환상을 회고할 때만 등장한다. 그 이후 세계화와 관련된 논쟁은 극단화하였으며, 과거의 일로 보였던 근본주의 신학적 구별이 전면에 등장한다. 이전의 책과 비교한다면 클루게의 시각도 신학화하였다. 책 제목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이야기에서도 역할을 하는 악마는 단지 일시적으로만 아이러니화 되어 있을 뿐이다. 다른 텍스트에서 악마는 곧바로 악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포스트 모던적 임의성을 극복할 수 있는 선과 악의 근본적 경계 짓기를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