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독일은 통일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동서 양지역간의 경제적 불균형은 여전히 극복되지 못했고 정치, 사회,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하나의 독일에 대해 말하기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오히려 통일 이전인 70년대부터 독일에서 지배적인 현상으로 엘리트의 빈곤을 들 수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개인주의의 만연과 지식인 역할의 축소, 교양시민 중심의 주도적 문화의 상실과 군소 사회 문화계층으로의 분열과 반목, 비판적 지식인의 좌절 및 퇴장과 전문가의 등장, 지식인계층의 분산화 등 4가지 측면으로 집약될 수 있다. 통독을 전후해 크리스타 볼프와 그라스, 그리고 발저와 하버마스 및 슬로터다익 등을 중심으로 빚어진 논쟁과 여론의 분쟁 후 90년대에 독일 문학계가 맞게 된 전환점은 작가가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 통독 이후 독일문학이 현재로서는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공통된 비전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나름대로 정체성과 방향성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다양한 세대의 문학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그 예로 2차 세계대전 이전에 태어난 세대와 전후세대인 중견작가와 통독 후 등단한 젊은 작가의 세 세대 에 걸친 작가군의 대표적 작품 다섯 편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았다. 디터 포르테의 내 어깨 위의 집과 마르틴 발저의 도약의 분수대, 울라 한의 숨겨둔 말 등은 통독 후 출판되었지만 현재보다는 과거 유년기에 겪은 독일역사를 반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페리둔 차이몰루는 독일 광란에서 통독 베를린의 풍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혼재된 대도시의 파노라마를 조명하고 있고, 스위스의 크리스티안 크라흐트는 네트워크의 나라에서 디지털 산업사회에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결국 시와 언어에서 발견하는 젊은이의 자전적 이야기를 노련하게 그려냄으로써, 사망 일보 직전이라는 문학이 아직도 버젓이 살아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