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씻김굿에서 무구는 굿판에 관계된 다양한 존재들을 매개하는데, 굿의 진행에서 사용되는 무구는 대부분 의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회용으로 제작된다. 굿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의례적(儀禮的)으로 전용(轉用)하여 무구로 사용하고 있다.씻김굿의 구성은 크게 전반부와 중반부, 후반부로 나뉜다. 무구가 사용되는 절차는 전반부와 중반부의 거리들로 전반부에서는 지전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중반부에서는 넋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굿이 연행되는 굿판은 비일상적 공간으로서 신성이 현현(顯現)되는 곳이다. 무구는 신성의 현현과 연관되는데, 각각의 신격이 모두 무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안당과 초가망석의 경우 신격을 상징하거나 신격과 관련된 무구가 사용되지 않는데, 이는 마래라는 공간에 이미 조상신과 성주신이 모셔져있기 때문이다.무구는 굿의 연행방식 중 사설과 행위 두 요소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무구가 사설과 결합될 경우 사설의 미세한 의미변화에도 직접적으로 대응하며 무구의 사용을 달리한다. 행위와의 결합은 주로 각 거리의 뒷부분에서 활성화되고, 망자를 천도시키는 중반부 거리에서는 무구와 행위의 결합을 계기로 망자의 인격이 전환된다. 무구가 사설과 행위와 결합함으로써 극적 의례성을 띠게 된다.현장의 상황에서 무구는 사회적으로 하대 받는 무당의 지위를 절대적인 위치로 격상시켜 굿판에서의 권위를 획득하게 한다. 그리고 굿판을 구경하는 향유자가 무구의 연행을 중심으로 개별 거리를 하나의 시각적 장면으로 기억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향유층을 재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