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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에서 무구(巫具)는 신(神)을 상징하거나, 신의 의사 및 행동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이는 등 신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기 때문에 한국무속의 관념과 상징체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충청지역의 앉은굿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무구는 경청(經廳)을 장식하는 종이무구로서 이를 ‘설위’, ‘설경’, 혹은 ‘설위설경’등으로 부른다. 서산, 태안 등 충남 서북부 지역에서는 이를 주로 ‘설위’ 혹은 ‘서류’로 불렀는데, 위목과 경문을 설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리 불리는 것으로 보인다. 앉은굿 법사들은 설위를 제작하여 경청을 꾸미고, 종이를 가닥 내어서 만든 여러 신대를 통해 신을 강림시켜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각종 설위의 기능은 독경의 현실적 표현이자 실천행위이다. 독경의 본질은 귀신을 협박하고 구축하는데 있다. 팔문금사진을 비롯한 각종 설위는 귀신을 협박하고 구축하는 내용의 경문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귀신을 협박하고 두렵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환자 및 그의 가족들에게는 적극적인 귀신 제어 장치로 보이게 되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신대에 입히는 종이 크기 및 형태를 통해서 신령의 계통이 구별되며, 제작된 종이 무구는 다시 태워져야 할 것과 집안에 남아있어야 할 것이 구별된다. 예컨대 성주는 그 집안에 좌정해야 가정이 무탈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안택이 끝나면 성주대를 말은 종이와 성주 위목으로 성주 신체를 삼아서 집안에 좌정시킨다. 반면에 나머지 신장대 등은 독경이 모두 끝나면 태운다. 종이 재질로 만드는 무구는 그 어떤 것보다 제작이 용이하며, 또한 불에 쉽게 탈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종이무구는 굿이 끝나면 태우게 된다. 이러한 소각행위는 단순히 종이무구를 태워서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신장 및 신령들이 접신된 종이가 되기 때문에 신을 배송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환자의 방은 팔문금사진과 각종 철망으로 장식되어 신들이 강림하는 신역(神域)이었으나 검무(劍舞)를 통해서 이를 해체하고 소각함으로서 다시 일상적 공간으로 전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