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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유가적 仁 개념이 이상주의적 전망에 그치지 않고, 현대 다원주의 사회에서 타자의 차이를 배려할 수 있는 덕목으로서 재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논구하였다. 구체적으로는 ① 仁 개념의 이상적 맥락과 현실적 맥락의 구분 ② 대동사회적 이념에 대한 평가 ③ 강한 공동체주의에 따른 仁 개념의 획일화 ④ 다원주의 사회에서 仁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였다. 그 동안 유가적 仁 담론은 타자에 대한 진심어린 동정심을 펼침으로써 ‘서로를 아끼는 좋은 사회’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타자에 대한 적극적 동정심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 공자에서부터 현대 신유가에 이르기까지 적극적 동정심에 근거한 人和의 이념은 대동사회라는 휴머니즘적 이상향과 관련을 맺는다. 공자의 仁, 맹자의 惻隱之心, 성리학의 萬物一體之仁 등의 개념이 모두 타자에 대한 적극적 동정심을 정당화한다. 현대에 들어서도 유가적 仁 사상의 전통을 계승하려는 아시아적 가치론, 유교자본주의론, 유교민주주의론 등은 사람 사이의 친화감과 유대감에 근거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상적 휴머니즘으로서의 仁 사상이 현실적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다원적인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들에 대해 일치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서로의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유가의 仁이 현실과 동떨어져 유토피아적 공동체주의로 흘러가지 않으려면, 구성원들 간의 차이를 조정할 수 있는 배려의 개념으로 다양화되어야한다. 현대의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仁의 덕목을 갖춘 구성원은 익숙지 않은 타자의 인종언어종교학연성별연령지연취향 등에 대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타인의 침해에 대해 비판하고 분노해야겠지만(불관용), 침해가 아닌 타자의 차이에 대해 배려하는 태도는 공동체의 필요조건이다. 유가의 仁 개념은 현대의 다원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다원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체의 출발적 동력으로서 여전히 요청된다.


Reconstruction of Confucian Concept of Ren(仁) in Pluralistic Society / Chung Yong 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