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제주도 지역의 굿에서 심방이 무조신을 비롯해 무업 조상들을 대접하고 멩두의 내력을 밝히며, 심방 자신의 생애에 대해서 풀어내는 것을 ‘공시풀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시풀이는 그 독특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고찰은 그동안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기존에 초공본풀이나 신굿을 논하면서 부수적으로 다뤄졌을 뿐이다.따라서 이 글은 그동안 부수적으로 다루어진 공시풀이를 전면에 놓고 그 자체의 의미와 주체제차순서, 구성내용, 관련 제차, 의의와 중요성 등에 대해 고찰해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이용옥 심방의 공시풀이를 기본 자료로 정하고, 이를 전부 채록전사해서 자료로 제시하고자 한다. 공시풀이는 일반 단골집의 굿이든 심방집의 굿이든 상관없이 행해진다. 일반 단골집의 굿에서는 수심방이 간단하게 진행하는 편이며, 심방집 굿에서는 특히 당주맞이 속에서 본주심방이 아주 자세하게 풀어나간다. 공시풀이의 구성내용은 전반부, 중심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에는 들어가는 말미, 날과 국 섬김, 열명, 연유닦음, 굿의 진행과정 설명이 있고, 중심부는 젯리에 따라 신을 대접, 심방 내력, 무업조상 대접이 행해진다. 이어 후반부에는 축원, 산받음, 공시풀이 끝냄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공시풀이와 관련된 제차로 ‘고리동반품’과 ‘공시갈림’이 있음을 지적했다.그런데 공시풀이를 통해 심방 개인의 생애와 멩두물림의 내력, 무업 학습과정, 여러 관련 심방들의 계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의의와 중요성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공시풀이는 심방의 생애이야기로서 매우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팔자를 그르치는’ 과정을 대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공시풀이는 심방 집단의 각종 관계(關係)를 보여주는 일종의 ‘그물[網]’과 같다. 이른바 멩두물림, 안공시와 밧공시, 굿법의 전수에 따른 사제(師弟) 관계, 당(堂)을 맨 심방들의 계보, 무업적 동료(同僚) 관계 등등을 자세하게 풀어낸다. 따라서 이들 요소들이 서로 그물처럼 얽혀 지금의 한 심방의 무업세계(巫業世界)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공시풀이는 제주의 심방들이 심방 공동체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 공시풀이 자료를 보다 많이 확보하고 상호 비교할 수 있다면, 제주도내 심방들의 전체적인 역사와 더불어 그들 사이의 혼인학습교류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