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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무속의례인 굿에는 종이로 만들어진 꽃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은 흔히 지화(紙花)라 불린다. 우리 무속에 있어 꽃들은 이처럼 지화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에 그림으로 그려져 신체로도 봉안되고 있고, 특별히 꽃과 관련된 무속의례가 따로 있기도 하다. 무속의례에 등장하는 꽃들은 편의상 무화(巫花), 신화(神花) 혹은 지화라 부를 수도 있는데, 우리 무속에서는 왜 이처럼 꽃들이 중시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본 논문은 바로 우리 무속에 있어 이처럼 꽃들이 중시되고 있는 이유를 해명해 보고자 쓴 글이다. 고대에 있어 우리민족은 열두거리 큰굿이라고 하는 무속제의를 창안해내고 이를 통해 인간사 일을 관장하는 수많은 신들에게 제의를 행하면서 우리들 삶의 행복과 평안을 기원했다. 현존하는 무속은 바로 이러한 열두거리 큰굿을 뿌리로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생불할망본풀이, 이공본풀이 같은 무속신화들이 있었는데, 이 내용 속에는 인간을 탄생시키는 생불꽃, 죽게 하는 악심꽃, 죽은 사람을 살리는 꽃인 도환생꽃 같은 것이 있었고, 이들이 피어 있는 곳으로 서천꽃밭과 같은 곳이 따로 있다고 하였다. 서천꽃밭은 아기 산육신인 생불신이 만들었는데, 이 여신은 하늘에서 꽃씨를 받아다 지상에 심어 서천꽃밭을 만들고, 여기에 핀 생불꽃을 따가지고 다니면서 아기를 점지잉태시킨다. 아이는 동쪽의 푸른 꽃으로 점지하면 아들, 서쪽의 하얀 꽃으로 점지하면 딸, 그리고 북쪽의 검은 꽃으로 점지하면 단명(短命), 남쪽의 붉은 꽃으로 점지하면 장수(長壽), 그리고 가운데의 황색 꽃으로 점지하면 이 세상에서 만과출세한다고 한다. 생불꽃은 인간의 생명기원이 하늘에 있다고 믿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서천꽃밭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꽃들이 피어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신화적 생명공간이며, 이상향으로서의 이계(異界)라 할 수 있다. 생불꽃, 악심꽃, 도환생꽃 같은 것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꽃들이라는 점에서 <생명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보면, 우리 무속에서는 원래 <생명꽃>과 <서천꽃밭>이 중요한 신화소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무속의례에 있어 꽃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바로 고대에 창안되고 행해졌던 열두거리 큰굿과 같은 곳에 <생명꽃> 및 <서천꽃밭>과 같은 내용이 중요한 신화소이며 무속소였기 때문에 여기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리데기 신화에도 <생명꽃>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기에 우리 무속의례에 나타나는 꽃의 기원은 이 신화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겠으나, 바리데기 신화 속의 <생명꽃> 요소는 원래적 내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무속의례에 나타나고 있는 꽃들의 기원은 <생명꽃> 및 <서천꽃밭>과 관련하여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일 것이다. 무속에 나타나는 꽃장식의 기원을 이렇게 본다면 현재 무속의례에서 사용되는 꽃들 중에도 그 시원이 아주 오래일 꽃들도 남아 있을 수 있는데, 동해안별신굿의 불동화와 같은 지화가 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무속의례에 나타난 꽃장식의 기원을 이상과 같이 보면 무속의례 속의 지화들은 열두거리 큰굿이라고 하는 우리의 고유한 민족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독자적인 문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용되는 지화들은 우리민족 문화에 있어 소중한 전통공예 중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전승될 필요가 있으며, 그 활성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