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호남지역은 전통적으로 세습무계나 법사가 주로 무업활동을 수행해 오고 있어 왔지만, 현재는 강신을 통해 무업에 입문한 보살의 세력 또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세습무계나 법사가 기본적으로 소지하는 무구는 한두개 정도로, 의례 시에는 직접 제작하는 종이무구가 주를 이루며, 일부는 제갓집에서 조달하는 생활도구가 무구로 전용(轉用)된다. 따라서 호남지역 무속의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구는 종이무구라 할 수 있다. 호남지역의 종이무구는 지전, 넋당석, 넋, 겉연, 속연, 고깔, 팔보살 등이 주를 이루며, 이것들은 의례가 끝이 나면 모두 소각된다는 점에서 일회성을 띤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일회성을 띠지 않는 경우로는 신칼이 있는데, 신칼에 달린 종이술은 종이가 낡기 전까지 계속해서 사용된다. 이들 중 지전, 고깔, 신칼은 이 지역의 대부분의 의례에 사용되며, 그 외의 무구는 주로 씻김굿에 사용된다. 종이무구는 호남 지역 내에서도 그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넋의 경우도 남녀를 구분하거나 혹은 보살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등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역성에도 영향을 받겠지만, 무엇보다도 제작자가 누구냐에 따라, 또한 누구에게 제작방식을 학습하였느냐에 그 원인을 둘 수 있다. 종이무구는 일정한 학습을 통해 제작이 가능한 것으로, 호남 지역은 오랜 학습을 통해 무업에 입문한 세습무와 법사의 감소로 인해, 제작자 또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숙련된 제작자의 감소로 인해 일부는 제작하고 일부는 구매를 하는 과도기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의례 후 소각되는 일회성을 띠는 종이무구가 반복적으로 재사용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호남지역 종이무구의 특성은 지물(持物)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은 지화로 굿청이나 제단을 장식하는 경우도 나타나는데 반해, 호남지역에서는 사제자가 종이무구를 손에 들고 의례가 진행하는 사례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종이무구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사용 빈도수가 높으며 상황에 따라 그 상징하는 바가 다르게 인식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하나의 무구가 여러 의미를 내포하는 중층적인 성향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전은 재물 혹은 저승길에 필요한 노자돈으로 인식되거나, 신칼을 대용하는 무구로도 사용되어, 신체(神體)나 신간(神竿)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지전은 굿청에 장식되는 무구로만 사용되어, 지물로서 사용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중층성은 의례 뿐 아니라, 무구 그 자체의 형태에도 여러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또한 종이무구는 그 형태가 일부는 생략되거나 혹은 추가되기도 하는데, 이는 무속을 수용하는 이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이들의 사고가 반영되어 상징의 의미가 약화되거나 보다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