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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한국 근대시에 나타난 전통의 재현에 관한 연구이다. 전통의 재현 문제는 한국 근대시의 전통적 맥락을 확인하고 근대시의 시적 방식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근대시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 왔다. 그것은 전통 재현이 서구적 근대 지향의 결핍을 해소하고 식민지 시기의 민족적 정체성을 근대시 속에 실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전통의 시적 형상화는 그 과정에서 전통의 미학적 높이나 풍부한 내적 정서, 세계관 등이 상실되거나 배제되는 등 많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그 결과 전통의 부활은 근대의 평면 위에 펼쳐 놓은 전통적 소재나 빈약한 개인적 서정시의 등장 정도로 이해되고 만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근대와의 갈등이나 내적 길항 속에서 전통적 세계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개성적인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 백석은 주목된다. 그것은 백석 시의 ‘향토성’ ‘민속성’이 정지용, 이상, 김기림과 함께 30년대 경성의 근대화에 대한 동시적인 체험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관련된다. 백석 시에 나타난 전통의 재현이 근대와의 대응 관계 위에서 전개된, 일종의 근대시적 표현형식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속에 과거의 세계를 소환함으로써 근대적 현실에 대응 혹은 저항하는 특수한 시적 사유의 결과가 백석 시의 전통성인 것이다.이와 같은 백석 시의 전통 재현은 구체적으로 축제성의 재현 속에 압축되어 제시된다. 백석 시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순환기 절기의 풍속에 내재한 축제의 제의성이나 집, 마을, 거리, 시장과 같은 일상의 공간이 축제 공간으로 전이되는 모습에서 이러한 축제의 재현 현상을 우리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축제의 재현은 식민지 근대의 황폐한 풍경과 억압적 사회 구조 속에 펼쳐놓은 시적 주체의 현실 인식이면서 동시에 그 현실와의 교차와 혼돈의 과정을 통해 찾아낸 독특한 이미지들이다. 이 글은 이러한 백석 시에 나타난 축제 재현의 의미를 그 주체와 공간, 소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핀 것이다. 이는 곧 근대와 전통이 충돌하며 만들어가는 새로운 혼종의 감각적 창조물, 즉 근대시의 새로운 장(場)을 추적하는 의미가 있다.논문은 우선, 집과 마을, 거리와 시장 등 전통적인 생활공간들이 어떻게 축제 공간으로 재현되는지를 살폈다. 마을과 집은 전통적 제의와 순환적인 절기의 풍속이 그려내는 신화의 형이상학과 자연의 풍요성,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연대하는 축제의 공간으로 재현되고 있다. 즉 집과 마을, 그리고 그 내부와 외부를 둘러싼 삶의 풍속과 절기, 신화의 세계는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풍요롭고 뜨겁게 만드는 축제의 세계로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거리와 시장 또한 그 공간적 다양성과 동질성에 의해 전통적인 축제를 재현하는 공간으로 시적 형상화 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장터는 수확물들이 교환되면서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풍성하게 유통시키는 원초적인 시장으로 기능한다. 즉 자연 생산물들을 서로 주고받는 축제적 교환이 일어나는 축제의 장이 되는 것이다. 백석의 시는 이러한 시장의 축제성을 근대적 공간 속에 재현시켜 근대적 자본 교환의 문제를 새롭게 형상화 하고 있다. 그리고 백석은 축제의 충만한 감정을 식욕이란 구체적 감각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전통적 축제성을 감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또한 동물의 원시적 야생성과 자연 세계를 신성의 세계로 확대시켜 원시적 축제의 제의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백석 시에 나타난 축제 재현은 전통적 공간과 소재 등을 통해 극대화된다. 이는 근대에 대응하는 백석 시의 독특한 형상화 방법으로서 근대시의 새로운 이미지와 현실인식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Representation of the Festivals Presented at Baekseok’s Poem and Its Meaning / Park, seung 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