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묘사의 비중이 서사를 앞도하는 작품의 수가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상의 문제가 소설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과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것은 많은 수의 작가와 비평가들이 소설의 중심을 향해 유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서사에 종속되지 않은 채, 대상 자체의 존재감을 독자적으로 보여주는 묘사를 통해서 탈근대적인 가치의식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도 관련된다.본 연구는 이와 같은 판단, 혹은 경향에 대한 문제제기의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서사와 묘사라는 대표적인 소설의 재현방법이 작품의 내용, 혹은 그 내용을 채우고 있는 가치의식보다는, 작가가 자신의 가치의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을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와 윤성희의 단편소설들을 통해서 확인하고자 하였다.김훈의 <칼의 노래>는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있고, 그 죽음에 맞서고 있는 단독자로서의 내가 있다’는 보편적인 명제에 구체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묘사라는 재현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칼의 노래>의 묘사는 사라지는 것들의 자명함을 보여주면서 세계의 무의미성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보강하고, 당연한 것으로 강화시킨다. 반면에 윤성희의 소설들은 현실을 지배하는 논리가 아닌, 선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도, 묘사가 생략된 서사를 작품 구성의 축으로 삼음으로써 결국 자신의 소설을 채우고 있는 고백의 성격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서 본 연구에서는 서사가 고백적인 기술이라면 묘사는 설명적인 기술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으며, 이는 서사중심의 양식을 거대담론을 생산하는 양식으로, 묘사중심의 양식을 이와는 반대의 양식으로 이해하는 일반적인 인식이 완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하게 될 것이다.


Narration and Description : Position of Author and Two Method of Reappears a Tr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