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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의 목적은 식민 직후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인 과거에 대한 망각의 욕망과 미래에 대한 열망이 해방직후에 어떻게 소설화되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방직후를 대표하는 소설 가운데 하나인 이태준의 <해방전후>에 나타난 글쓰기 전략과 이념 선택의 문제, 그리고 기억과 망각의 문제 등을 고찰하였다. <해방전후>의 글쓰기 전략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사소설적 전략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과 작가가 일치하는 듯한 환영을 심어줌으로써 작가가 원하는 자기상을 그리는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 전략이 해방 전의 친일적인 행적에 대한 자기비판이라는 형식을 사용하여 친일적 행적을 합리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두 번째 전략은 시간적인 순서에 의한 순차적인 구성방식이다. 해방 전에서 해방 후의 행적을 차례로 배치함으로써 앞선 사건을 이후 사건의 원인으로 제시되도록 함으로써 해방 전의 친일적 행적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서 나타나게 한다. 이러한 서술방식 속에서 해방 전의 일들이 해방 후의 관점에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은 감춰지게 된다. 이러한 글쓰기 전략과 더불어 <해방전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현’이 해방 전 굴욕적인 상황을 함께 감내한 김직원이라는 인물을 봉건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인물로 폄하하면서 그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 미래에 대한 열망의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 이 때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가 아니라 텅 빈 것으로서 나타나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의해서만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방전 행적에 대한 기억과 망각의 이중적 욕망은 이러한 미래에의 열망의 다른 모습이다. 해방전 행적에 대한 기억하기는 그 가운데 가장 친일적인 행적을 생략함으로써 과거를 재구성하는 결과로서 나타난다. 해방전 행적을 지지해주는 ‘생존의 논리’ 역시 해방전의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해방후에 사후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해방직후 나타나는, 미래에 대한 열망은 과거를 미래와 대립시키고 은폐하거나 생략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고찰 결과로 볼 때 <해방전후>의 소설사적 의미는 해방직후의 자기비판소설이라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식민직후의 상황, 즉 폐허 위에서 유토피아가 건설될 듯한 기만적인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소설이라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기성찰과 비판은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 <해방전후>의 한계이자 이태준이라는 작가 개인의 한계이지만 오히려 그 점으로 인하여 미래에의 열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해방직후의 시대적 상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A Study on the Desire of Forgetting and the Aspiration of Future in After-colonial Situation ― centering Lee, Tae-Jun‘s Hae-Bang-Jeon-Ho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