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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증 사실을 직접 증명하지 아니하고 다른 사실을 입증한 후 이로써 요증 사실의 존부를 추론해 내는 것을 추정이라 한다. 추정에는 명문 규정에 의한 법률상의 추정과 경험법칙에 의한 사실상의 추정이 있다. 형사소송에서 법률상의 추정이 허용되는가에 대하여는 무죄추정의 원리, 자유심증주의 및 실체적 진실주의를 근거로 이를 부정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그러나 위 원리들이 법률상 추정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판단된다. 다만, 법률상 추정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필요 상황에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의 추정은 재판 과정에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공정한 재판을 위해 그 기준을 정립할 필요성은 인정되나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다양한 경우의 판례의 축적과 분석을 통해 그러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현재까지는 피의자 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 국가보안법상의 이적 목적이나 군무이탈죄에서의 군무기피 목적, 진술의 임의성 등 몇 가지 유형에서만 사실상 추정이 인정된 바 있을 뿐이며, 위 사례에서도 추정 인부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통설은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면 위법성과 책임은 사실상 추정되며 피고인이 이를 다투는 경우 비로소 검사에게 거증책임이 돌아간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었다고 하여 위법성과 책임의 존재가 포괄적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사실상 추정의 법리와도 조화되기 어렵다. 오히려 위법성과 책임을 구성하는 각 요소에 대하여 검사에게 구체적인 거증책임이 있으며, 구성요건 해당성의 입증 과정에 나타난 증거자료에 의하여 위법성 및 책임의 각 요소가 사실상 추정되었다면, 이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반대의 주장만으로 검사에게 거증책임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반증을 통해 판사로 하여금 위 추정에 의한 확신에 의심이 들도록 하여야 비로소 검사에게 거증책임이 돌아간다고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