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이 글에서는 서양 현대철학의 체계적인 도입기로부터 시작되는 철학과 현실의 매개의 문제를 그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몇몇 학자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서양철학이 도입되는 초창기의 학자들은 전혀 다른 문화 및 전통에 의거해 있는 이질적인 사상을 수용하는 수용자의 입장을 강조하게 되며, 외래 사상을 주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터전으로서의 현실을 철학의 출발점으로서 삼는 것이 중요했다. 기존의 사상체계와는 전혀 다른 맥락을 가지고 등장한 서양철학을 수용했던 그 당시의 지식인들에게는 철학함의 기반으로서의 ‘현실’의 문제는 자신의 학문적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였다는 점을 신남철, 박치우, 박종홍의 글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동일하게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사유의 일관성을 근거로 상정된 다양한 초월계의 현실이 안고 있는 추상성(비현실성)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고 이 비판의 기준으로서 구체적이며 감성적인 현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한 논점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세분할 경우 우리와 독립해 있는 객관적인 현실에 강조점을 두느냐 아니면 우리가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현실에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들 사이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전형적으로 우리의 주관적인 의식과 이 의식으로부터 독립해 있는 존재 사이의 우선성과 관련된 논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신남철과 박치우가 이 두 입장 중 한편만을 받아들임으로써 이 외의 서양철학을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반해서, 박종홍의 경우는 이들 각자가 지닌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철학의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주체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이 두 입장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이 세 철학자에 대한 비교분석을 바탕으로 이 글의 결론에서는 1) 철학함의 출발점으로서 우리가 서있는 구체적인 삶의 원초적 터전으로서의 현실과 2) 철학함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반성 대상으로서의 현실 일반을 잠정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이들의 현실관은 오히려 전자이거나 후자와 연관이 있다해도 그것은 이미 특정한 이론에서 정형화한 현실 개념이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현실 파악과 이에 기반한 철학적 현실 개념의 구성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