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이 글에서 논의하려는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현재 전개되고 있는 남한 사회의 갈등 현상을 단순히 대북 포용 정책을 둘러싼 정책적정치적 차원의 갈등 문제로 국한하여 이해해서는 곤란하며, 사회 구조적 차원의 문제인 ‘이념적사상적 대립 갈등’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둘째, 작금의 이념적 대립 구도는 뒤틀리고 일그러진 형태의 ‘진보/보수 간 논쟁적 대결’ 양태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다양한 ‘하위 유형’에 관한 세밀한 구분 없이 ‘수구 반동 아니면 급진 좌경’이라는 이분법적 흑백 논리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가운데 이념적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다.셋째, 현단계의 이념적 갈등 구도는 외형상 군사 독재 정권이 지배하던 시절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그 내용과 의미가 변화되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만 한다. 이 점을 간과하고 기존의 보수/진보의 틀로 지금의 ‘남남 갈등’의 사태를 재단하면 현단계의 이념적 갈등의 ‘진상’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게 된다.넷째, 우리 사회가 보다 민주화된 사회,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발전과 민족적 이익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형태의 진보/보수 간 이념적 대립 구도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다섯째, 다원주의적 시대 흐름 속에서 작금의 상황은, ‘어느 입장이 보수이고 어느 주장이 진보인지’ 아울러 ‘어느 입장이 현시점에서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대단히 혼미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잠정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고 나아가 옳고 그름을 따질 준거점의 최소 조건은―적어도 대북 정책이나 통일과 관련된 논의에서는―‘민족의 이익’과 ‘민주성’의 차원에서 확보되어야 한다.이 글은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공정한’ 입장에서 현재의 이념적 갈등 및 대립 상황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그럼에도 이 글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적 대결 구도에서 진보가 도덕적이념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삼고 있다. 왜냐하면 진보/보수 간 대립적 논쟁 구도가 왜곡되어 있다고 해서 그 책임을 두 입장 모두에게 균등하게 돌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왜곡의 근본 원인은 사실상 보수―정확히 말해 수구 반동적 보수―에게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들어 부분적으로 그러한 왜곡을 심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양태가 진보(진영)에서도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왜곡화의 근본 책임을 수구적 보수에게 돌리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 글은―반동적 보수에 대한 비판에 앞서―진보와 진보 진영에 대해 보다 ‘겸손한’ 자기비판과 자기성찰을 촉구하는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