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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에서 나타나는 독자 참여 유도 양상강 지 혜(한국외국어대학교)본 논문에서는 "독자의 참여(interpersonal involvement)"를 유도하는 언어적인 장치들이 번역과정을 통해 전환되는 양상을 시사잡지 기사 원문과 번역문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고찰해 본다. "독자의 참여(interpersonal involvement)"라는 개념은 문어를 통한 의사소통도 일반적인 대면대화(face-to-face conversation)와 마찬가지로 저자와 독자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저자는 독자의 입장, 생각, 반응 등을 인지하고 있음을 텍스트 상에 표지함으로써 독자와의 유대감(solidarity)을 형성하고 독자의 동참(alignment)을 유도하며 이는 결국 저자와 독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내적인 감정의 고리(emotional connection)를 형성하여 궁극적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Tannen 1985, 1989). 저자(화자)와 독자(청자)간의 참여와 개입은 주로 구어담화의 특성으로 많이 논의되었으나 이러한 상호작용은 문어담화에서도 중요한 특성으로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본 논문에서는 시사잡지 기사 원문에서 나타나는 독자 참여 표지 장치인 독자에 대한 저자의 질문, 독자의 예상되는 질문·반응을 근거로 저자가 의견을 전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반응문(reactives), 독자에 대한 명령, 그리고 1인칭이나 2인칭 대명사 등이 번역문에서는 어떻게 실현되는지 살펴본다.『Newsweek International』기사와 이를 번역한 『뉴스위크 한국판』기사를 분석한 결과, 원문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독자 참여 표지 장치들이 번역문에서는 생략되거나 전환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번역문에서는 (1) 수사적인 기능 이외에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의문문이 평서문으로 변환되고 (2) 반응문에서 독자의 예상되는 반응을 명시적으로 언급해주는 장치들이 생략되며 (3) 독자에 대한 명령문이 평서문으로 전환되고 (4) 1인칭 대명사와 2인칭 대명사가 생략되거나 일반명사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이는 등 독자의 개입과 독자와의 대화를 유도하는 상호작용 기능이 원문에 비해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독자 참여 표지의 전환이 번역문에서 반복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남으로써 궁극적으로 독자와의 유대감(solidarity)이 축소되고, 사회적인 거리(social distance)가 확대되며, 텍스트 전반에서 독자의 참여 유도가 감소하게 된다.원문과 번역문에서 독자참여 표지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번역가가 번역 행위(translation act)를 수행하는데 있어 (1) 번역의 스코포스(skopos, 목적), (2) 번역어 문화에서 특정 장르와 관련된 언어사용 규범, (3) 번역어의 언어적인 특징 등 세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과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시적인 텍스트 차원에서 독자참여 표지의 생략과 전환이 나타나는 것은 번역가의 임의적인 결정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번역 행위 수행에서 번역의 목적 구현, 번역문 독자들의 기대에 대한 규범(expectancy norms), 그리고 번역어의 특성 등이 번역문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가가 한국어 번역문에서 독자참여 표지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제약들 때문이며 그 결과로서 번역문은 원문에 비해 형식적이고 독자의 참여를 배제하는 텍스트로 구현된다. 독자참여 표지의 전환은 번역가가 원문 정보의 충실한 "전달자(reformulator)" 역할뿐만 아니라 참여와 개입으로 나타나는 저자와 독자의 관계를 조율해 주는 "조정자(coordinator)"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