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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물은 본질적으로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기 때문에 인물은 서사물에서 언어적 구도의 중심축에 해당한다. 플롯의 구성은 사건의 연쇄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사건은 상황의 전이인데, 이 전이는 인물에 의해 매개된다. 이 글은 서사물에서 사건의 개연성 획득과 리얼리티의 확보는 인물의 성격화의 입체성과 맞물려 있다는 전제 아래, 한국의 1980년대에서 90년대에 발간된 대표적인 여성소설 속 남성인물 구성의 특징을 정리해 본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한국 여성소설의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발전적 방향의 모색에 있다. 논의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여성소설의 화자는 주로 여성이며, 남성인물은 적대자나 억압자로, 때로는 이해자나 조언자로 등장한다. 둘째, 많은 여성소설에서 남성인물은 작품의 주제나 작가의 메시지인 내포적 규약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적 존재로 설정되어 있어, 입체적 조명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남성인물은 서사 속에서 스스로 행동하거나 말하지 않고, 주로 여성 화자에 의해 묘사되고 진술된다. 따라서 여성소설의 남성인물은 다소 정태적으로 보인다. 셋째, 이러한 남성인물의 정태화는 수수께끼의 규약에 의한 형상화가 줄 수 있는 변화나 반전에 따른 재미와 해독의 즐거움을 독자에게 선사하지 못하고, 작품을 여성일방의 토로에 그치게 하는 요소가 된다. 1980-90년대에 양산된 한국 여성소설들에서 남성인물들이 서사 구조의 내적 필연성을 강화하기 보다는 여성 주인공에게 있어 고통의 원인제공자라는 미리 배정된 역할에 갇힌 형상화를 보인다. 이러한 실상의 첫째 이유는 한국 여성소설의 연원이 짧은 데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언로를 찾지 못한 한국여성들의 서사가 페미니즘 이론의 밝은 빛을 쏘이자, ‘소설’이라는 문학양식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이나 통찰 이전에, 봇물처럼 가부장제의 병폐와 억압적 기제들에 대한 토로가 터져 나왔다. 이제 한국의 여성소설은 남녀 인물의 성격화가 내적 필연성을 지닌 다성악적인 울림의 작품으로 질적인 도약을 하여야 할 때이다. 성별 대립구도의 양 축인 남성 여성 모두가 살아 행동하는 인물로 창조될 때 여성소설의 독자 감응력은 심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A Study on The Representative Method Male-Characters in The Korean Modern Women-Nov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