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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영국 르네상스 문학에서 말로우의 파우스트와 셰익스피어의 이아고는 서로 양반되는 두 가지 이미지를 공유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중세 기독교적 윤리의 세계에서 바라보면 이들은 인간의 자만심(pride)을 내세워 신의 권위에 도전하다 추락한 부정적인 인물이지만,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들은 단연 당시 사회의 새로운 정신을 이어받아 인간의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천하려한 ‘새로운 인간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자적인 측면에서 파우스트와 이아고는 니체가 주장한 ‘권력에의 의지(Will to power)’를 몇 세기 앞서 문학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르네상스 시대가 산출해 낸 새로운 인간형으로서의 이아고와 파우스트가 보여 준 인간의지적 행동의 특징들을 비교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각 인물의 성격과 비극적 몰락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논의한다. 결론적으로, 이아고와 파우스트는 연극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하여 ‘인간의지’의 세계를 실현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세계를 실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아고의 경우는 작가적 독자성과 창의력을 갖춘 연출가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반면 파우스트의 경우는 마법의 노예가 되어 메피스토필리스라는 연출가의 말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배우적인 면모가 강한데, 이러한 행동의 차이는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이아고와 후회 속에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파우스트가 대비되는 두 작품의 결말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