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십자가의 성 요한은 자신의 수도생활에서 체험한 영적 체험에 대해서 상세하고 체계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 체험들은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얻어지는 지식들, 비젼, 계시, 영(靈)의 말이 주어지는 것, 영적 느낌, 신을 관상하는 것 등등이다. 성 요한이 보고하는 영적 체험은 종교적인 지향적 체험의 특성, 지향적 대상이 현상되는 방식, 신 체험(Gotteserlebnis), 체험자의 의식 상태, 체험자와 대상의 지향적 관계, 영적 체험의 본질적 사태와 특성들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현상학적인 방법과 틀을 가지고 성 요한이 보고하는 영적 체험이 일어나고 있는 체험 자체로 가서 현상을 기술하고, 본질적인 사태들을 찾아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필자는 라이나하(A. Reinach)가 미완성으로 남긴 종교현상학적 파편 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을 발전시키면서 필자의 입장을 취한다.영적 체험은 자연적인 감각지각이나 이와 관련된 명증성으로 환원될 필요없이 그 나름대로의 “실제로(real)” 일어나고 있으면서도, 자연적인 시공간의 세계의 차원과는 다른 “실제(real)”의 특성을 보여준다. 영적 체험의 사태가 보여주는 본질적 특성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영적 체험은 초자연적 영적 존재들이 개입하고 있으며, 그들이 초자연적인 종교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신령한 원천이라는 효력주장(Anspruch)을 제기하고 있다. 영적 체험은 체험자에게 무엇이 초자연적 방식으로 현상되고, 영적으로 인식되고 느껴진다는 효력주장(Anspruch)을 하고 있다. 영적 체험의 사태는 유한한 시공간의 세계와 초자연적이고 영적인 세계, 인간과 영적인 존재들을 연결시켜주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