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나는 권태 현상을 이상의 연작 수필 “倦怠”의 도움을 빌어 그리고 기분의 분석틀을 사용해 밝혀 보았다. 권태를 불러일으키는 것, 즉 “권태-거리”는 단조로운 것으로서 보여졌고, “권태 속에 있음”의 기분을 특징짓는 성격은 지겨움을 통해 드러났으며, 권태를 가능케 하는 “시간-성격”은 “마냥 지루함”이라는 말을 통해 규정되었고, 마지막으로 권태가 일어나는 이유, 즉 “권태의 까닭”은 “세계로부터의 끊김”과 “자기 가능성으로부터의 끊김”이라는 “겹으로 끊겨져 있음(絶緣)”에서 찾아졌다.권태는 누군가 자신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지 못한 채 지겨운 삶을 마냥 지루하게 떠맡아야만 할 때의 기분이다. 권태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끊겨 나가 아무 할일도 없게 되는 반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의 자기는 자신의 본래적 가능성을 잊어버린 채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비본래적 자기”로서 드러나지만, 권태에 빠진 자는 자기를 바꿔 갈 용기가 없다. 권태에 대한 분석은 “세계 상실”과 “본래성 상실”의 위험을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