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메를로-퐁티는 이른바 <현상학 시기>에서든 <존재론 시기>에서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이분법적 사유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가 죽기 전에 준비하고 있었던 살의 존재론은 이분법적 사유를 넘어서고자 했던 지각의 현상학의 많은 주요 논의들을 사실상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미완성된 유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읽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 유고가 지각의 현상학과의 근본적 단절이 없는 것으로 여긴다. 이분법적 사유 극복이라는 목표와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해 사물과 의식이 분화되기 이전으로 되돌아가 간다는 점에서, 사실 두 주저 사이에는 근본적 단절이 없다. 그러나 이 유고의 작업 노트에서 메를로-퐁티가 지각의 현상학은 여전히 이원론적 사유에 머물렀다고 자기 비판할 때, 또한 많은 사람들은 마치 자기 앞에 수수께끼가 갑자기 제기된 것처럼 의아해 하거나 당혹스러워 한다. 지성론과 경험론을 대칭적으로 끊임없이 비판하는 지각의 현상학은 그야말로 이원론적 사유를 충분히 극복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서 나는 당혹스러움을 일으키는 이런 수수께끼를 신체의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신체의 현상학에 어떤 문제점이 있어서 메를로-퐁티가 살의 존재론을 모색하는지 해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은 지각의 현상학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알려진 차이 내지 불연속성의 의미를 더욱 명료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