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본 논문은 19세기 말 유럽 근대사회가 형성되어가던 시기에 유럽 문화계의 인기소재로 등장한 동아시아인들과 동아시아 문화가 희곡과 연극을 통해 서양무대에 어떤 이미지로 소개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유럽인들의 아시아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최초의 상업적 성공작 ꡔ미가도ꡕ부터 뒤 이어 등장한 나비부인식 이야기들까지 한 세기 이상 반복적으로 재생산되어 온 내러티브의 변천과정을 보면 한 집단의 다른 집단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개개인의 문화적 편견과 상업적 성공에 대한 욕망이 서사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 수 있다. 다문화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막을 내린 20세기에조차 서양의 주류문화권에서 재현된 아시아인의 이미지는 19세기말부터 시작된 틀에 박힌 이분법적 내러티브와 재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이국적인 스펙터클로 전락한 동양사회는 양식화된 재현의 틀 속에서 언제나 근대화된 산업사회 이전에 머물러 있다. 그 재현이 추구하는 바가 서양인들이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비현실적이고 도피적인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배경이 되는 아시아의 모습은 서양과 최대한 달라야 했고, 근대화의 물결이 닿지 않은 전후의 혼란과 가난이 지배적인 옛날이어야 했다. 근대성의 개념은 서양중심의 시각으로, 서양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근대화된 사회인 반면 동양은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고 미개와 혼돈, 전쟁 속에 내던져진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사회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반복 재생산되는 과정을 몇 개의 희곡과 그 공연양식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논문의 후반부는 문자화된 텍스트에 제한되어 있던 문학 평론가들의 임무가 다양한 매체에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서사 분석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인식아래 상업주의가 재생산해낸 “여성화된 동양, 동양인을 리드하는 남성적인 서양”이라는 도식이 21세기를 맞이한 시점에서도 각종 뮤직 비디오, 광고, 영화를 통해 여전히 반복되는 예들을 모았다. 그 허구적 이미지가, 현실세계에서 진정한 동서양의 만남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대한 과장되고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21세기부터는 서로 다른 인종,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어떻게 조화롭게 잘 사느냐가 교육의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고 문화적 내러티브는 그 조화로운 미래의 삶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