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ꡔ불협화음ꡕ은 작품 속의 유기적 일부분으로 정식 오케스트라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스토파드가 쓴 많지 않은 정치극의 하나라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스토파드는 이 작품에서 반정부 인사에 대한 구 소련 체제의 탄압을 소재로 공산주의 사회 일반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였는데, 몇 가지 이유에서 그 성과는 미흡하였다. 작품 속의 오케스트라는 “통제 사회(orchestrated society)”를 상징하는데, “orchestrated”와 “orchestra”의 동일시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으로서 실질적인 설득력이 약하다. 만약 어떤 사회가 오케스트라에 비유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억압보다는 오히려 고도의 바람직한 조화를 이룬 사회일 것이다. 스토파드는 또한 반체제 인사 한 사람을 지나치게 영웅화하여 오히려 반체제 운동의 대의 자체를 손상시키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주인공 알렉산더는 고립된 섬과 같은 존재로서 오직 적의에 찬 세력에 둘러싸여 있을 뿐, 그와 대중과의 연계를 암시하는 부분을 작품 속에서 전혀 찾을 수 없다. 한편 편만한 희극적 분위기는 심각한 주제를 손상시키고, 관객이 철의 장막 이면의 고통을 제대로 알고 느끼는데 방해가 된다. 알렉산더의 방면으로 끝나는 극의 결말은 스토파드 식의 재치를 보여주지만, 관객들은 스토파드의 의도대로 그 결말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단순한 기법의 문제가 아니며, 스토파드가 공산주의 사회의 현실을 작가적 통찰력을 갖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결과적으로 ꡔ불협화음ꡕ은 공산주의 사회의 억압을 공론화 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하였지만, 체제와 이념을 뛰어 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지 못한 채, 개인주의에 기초한 서구식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드러내 보이는데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