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현대 철학에서 자기실현적 존재로서의 사건이라는 주제를 가장 철저하게 부각시킨 사람은 후기 하이데거와 화이트헤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자기실현의 사건을 철학의 고유 주제로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보편화하여, 모든 사물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자기를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분석하는 기획에서 갈라서고 있다. 후기 하이데거가 사건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활용한 존재적 모델은 사건의 불가 침투적 타자성 앞에서 사유의 자기 공허성을 보여주는 일련의 발견적 보조 장치에 머물고 말았다. 그래서 하이데거에게 있어 언어 속에 주어진 존재적 모델은, 부정신학에서 그렇듯이 그의 저술에서 그 모든 긍정적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고, 그 결과 그에게 있어 모든 진술은 곧바로 자기거부의 몸짓이 되었다. 이것은 그가 자기 창조의 관념에 무제약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사건을, 어떤 언명으로도 담아낼 수 없는 신비스런 것으로 바꾸어 놓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이트헤드는 철학의 목적이 합리적으로 조정된 새로운 언어적 규정을 통해 신비를 합리화하는 데 있다고 보고, 유비적 범주들을 추출하여 범주적 도식을 구축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 도식에 힘입어 의해 자기실현적 사건을 일정 부분 합리화함으로써 그것의 근본 특성인 개방성을 제약할 수 있었다. 그가 수행한 도식적 분석은 경험적 사례를 범주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그 범주들을 경험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으로 나타나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식과 경험은 서로 조명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 사례를 해명해내는 도식의 조명 역량이 입증됨에 따라 도식의 의의 또한 그만큼 확대 또는 심화된다. 물론 이것은 일종의 순환이다. 하지만 닫혀 있는 악순환이 아니라 열려 있는 선순환이다. 도식적 분석에서 이들 양자는 각기 상대에게 자신의 의미 완결을 요구하는 동시에 상대의 의미를 결정짓는 가운데 새로운 사건을 개시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식적 분석은 새로운 사건들을, 독특하고 반복불가능한 계기들의 실현, 말하자면 반복과 비반복, 같음과 다름의 실현으로 기술해낸다. 여기서 헤겔과 하이데거의 대립은 해소된다. 전통 철학에서 번갈아 패권을 장악해왔다고 할 수 있는 일의성과 다의성이라는 대립적 선택지는 화이트헤드의 유비적인 범주적 분석에서 극복되고 있는 것이다.


Whitehead's Event-Analysis viewed in Heideggerian Context of Contemporary Philoso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