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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의 철학자 중에서 장자만큼 불가지론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 철학자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장자 철학을 설명함에 있어서는 불가지론의 영역을 배제하고 그 철학적 특질을 논의한다는 것이 부적절한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실제로 장자는 분별적 지식의 한계성을 지적함과 동시에 존재 자체의 불가지성을 주장한다. 그것은 분별적 지식이 경험적 사실의 범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장자는 기본적으로 불가지론을 통하여 분별지를 폐기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불가지론은 현상적 지식의 차원에 놓여진다. 그런데 현상적 지식은 감각을 통한 세계 파악이다. 불가지론은 이러한 감각을 통한 세계 파악을 부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가지론은 현상적 지식을 폐기하는 대신 진실한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감각이 떠올리는 세계가 아니라, 감각이 떠올리는 세계의 부정성을 알 수 있는 능력이 떠올리는 것이다. 이 능력이란 다름 아닌 마음의 사유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기능도 분별하는 지식과 분별하지 않는 지식의 영역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는데, 불가지론은 전자를 폐기하고 후자만을 남기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불가지론은 지식론상에서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하게 하는, 일종의 ‘부지의 지’가 활동함으로써 떠올리는 지적 반성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부지의 지’를 통하여 일상적 지식의 상대성을 포월함으로써 절대의 도에 도달하는 계기가 마련된다. 불가지론에는 경험적 지식으로서의 분별지를 통하여 비경험적 영역의 절대적 도를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이렇게 존재가 분별지를 통하여 알려지지 않는다는 언명은 역설적으로 분별지를 통하지 않는다면 존재를 알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는 여기에서 분별적 세계가 사물의 참된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 앎이라는 것도 분별지를 주관하는 마음이 주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앎을 통하여 분별지를 폐기하고 나면 우리는 분별지와는 다른 차원의 자연적 세계에 놓여지게 된다.결국 장자는 불가지론을 통하여 지식의 차원 전환을 요청한다고 볼 수 있다. 장자 철학에 있어서 불가지론이 적용되는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상대적이고 분별적인 지식을 부정하는 불가지론은 참된 지식을 체득하는 선결 조건으로서 방법론상의 의의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자는 존재를 절대로 알 수 없다고 하는 완고한 회의론자도, 그렇다고 완고한 불가지론자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The Meaning of Agnosticism in Chuang-tzu’s Philoso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