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보드리의 영화이론은 영화가 현실의 있는 그대로를 복제한다는 이론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영화장치에 대한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그러한 리얼리즘적 영화나 영화장치의 중립성이 불가능하며, 그 장치가 오히려 이데올로기를 전달하기에 적합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있음을 폭로한다. 카메라가 찍어내는 이미지는 르네상스 원근법을 기반으로 한, 자연스런 이미지가 아니라 의도적인 지향적 대상이다. 더욱이 영사를 통해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들이 연속성을 획득하면서 아무런 의미가 없던 이미지들에 의미가 부여되며, 이때 이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선험적 의식)도 살아난다. 즉 이미 의식적인 이데올로기 편집행위 이전에 카메라와 영사과정을 통해 의미가 구성되는 것이다. 이 선험적 주체(카메라)는 곧 관객의 시선이다. 그런데 라캉의 거울단계에서 아이가 오인에 의해 시각적 이미지를 이상적인 나로 보듯이 관객은 이상적인 위치에서 영화 속 인물과 세계를 동일시하는데, 사실 관객은 카메라와 영사장치에 의해 구성된 선험적 주체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토대가 은폐되면서 영화는 관객이 중립적 위치에서 현실 그대로를 보는 듯 생각하게 만든다(리얼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