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본고에서는 한문본 <창선감의록>의 이본에 나타난 차이를 면밀하게 고찰하여 작품을 읽었던 독자의 향유방식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먼저 40여종이 넘는 한문 필사본을 조사하여 유사한 것끼리 분류한 결과 크게 두 계열로 나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서 원본으로 추정되는 것을 a본이라 하고 개작본으로 추정되는 것을 b본이라 하여 두 계열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두 계열은 우선 인물 형상화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화진은 a본에서는 순응적인 군자로, b본에서는 강개한 군자로 형상화되고 있다. 화춘은 a본에서는 어리석은 인물일 뿐인데 반하여 b본에서는 악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같은 인물 형상화의 차이는 갈등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본에서는 어리석은 적자 화춘과 어진 차자의 계후갈등이 중심이지만, b본에서는 선한 화진과 악한 화춘의 선악갈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또한 초월적 존재의 개입 정도에서도 양본은 차이가 있다. 양본 모두 서사적 전개에서 초월적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a보다는 b본에서 초월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b본에서는 a본에는 없는 적강화소가 들어가 있다. 이같은 양본의 서사적 차이는 작품의 주제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a본은 가문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현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충의를 행한 인물에 대한 보응은 한 개인을 단위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 가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역사적 현실에서는 보응이 실현되지 않았다. 작가가 추구하는 이념과 현실이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소설이라고 하는 허구 속에서 보응의 논리를 실현시키고자 하였다. 작품에서 충의를 행한 인물의 자손이 복을 누리도록 설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그러나, b본에서는 보응을 단지 개인의 화복과 관련시키고 있어 가문의식이 약화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서 중시되는 것은 화씨집안의 흥망이 아니라 선한 인물의 행복이다. 선한 인물이 고난을 겪는 것은 천상계에서의 죄 때문이라고 하여 a본과 같은 역사적 문제의식이 나타나지 않는다. a본과 b본의 차이는 근본적으로는 사대부들이 소설을 어떻게 읽는가를 암시하고 있다. a본의 독자들은 작품을 역사로 읽는다. 이들에게는 소설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다. 이들은 역사 텍스트를 읽듯이 진지하게 소설을 읽는다. 반면에 b본의 독자들은 작품을 소설로 읽는다. 이들은 작품의 서사적인 긴장감과 재미를 즐기면서 작품을 읽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소설 향유방식은 실제로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히면서 공존하고 있었다고 보는데, 소설로 읽는 향유 방식은 역사로 읽는 향유방식보다 후대에 나타나서 점차 보편화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Variation of Changsun-Gameuyrok and the way of reading 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