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close

서술되어 있다.에서는, 개루왕의 말은 없고, 도미처의 말만 있다. 아마 원설화에서는 개루왕이 도미가 죽은 사실을 얘기하는 한편으로 도미처를 협박 내지 달래는 대목이 있었을 것이다. <도미전>에서는 이 대목이 생략되어 있다. 이어 도미처는 개루왕에게 월경을 핑계대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한다.은 도미처가 궁궐에서 도망 나와 강가에 이르러 배를 타기까지의 대목이다. 임금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도미처가 삼엄한 경비를 피하여 궁궐을 빠져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도미처는 탈출과정에서 궁녀나 수문장들과 맞닥뜨리는 등 숱한 어려움에 직면하였겠지만, 작품에서는 장면을 이용하지 않고 "부인은 곧 도망하여 강 어구에 이르렀다."라고 요약되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요약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궁궐을 탈출하여 강가에 이르기까지의 도미처의 행동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거나, 행동이나 대화를 사용하여 극적 장면을 제시할 경우, 독자들이 믿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행동에는 세부묘사가 뒤따르는데, "세부 묘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주인공이나 사건이 오히려 진실되지 못하고 비논리적으로 표현될 위험성을 내포한 부분이 있" 게 된다. 서술자는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여 요약의 방식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에서는 도미부부의 극적인 재회의 장면을 별다른 감흥이 없이 단지 우연히 만났다는 말로 그치고 있다. 도미처가 천성도에 이르기까지 고생도 많았겠지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보아 요약한 것이다. "遇其夫未死"라고 하여 도미부부의 재회를 우연성에 돌리고 있다. 이 때의 우연성은 허구성이라는 측면보다는 역사 서사의 성격 의 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도미부부의 종년까지의 과정을 그린 대목이다. 서사시간과 서술시간의 면에서 보면, 이 대목은 엄청난 생략과 요약이다. 적어도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친 내용을 단 27자로 요약하였다. 3에서 불과 몇 시간 동안의 일이 65자로, 에서 불과 몇 분간의 일이 53자로 서술됨에 비하면, 그 생략과 요약의 폭이 큼을 알 수 있다.요약이라는 양식은, 이야기 서술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실을 건너뛰어 버리고자 할 때 알맞은 역할을 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의 운명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전에 이미 결판이 났다. 그러므로 이제 주인공들은 독자에게서 멀어져 가버리고, 완전히 사라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후일담으로서 행복한 결말을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으며, 사실에 바탕을 두어 허구화를 즐기지 않는 열전의 서사정신 에 따라 이야기의 끝에는 일종의 쓸쓸한 고요만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처럼 <도미전>의 서술자는 도미설화를 부분에 따라 생략·요약·장면 등의 다양한 서술방법을 사용하여 <도미전>을 입전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승되어오던 설화를 그대로 문자화할 때보다 작품의 주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요약해야 할 부분과 장면으로 제시해야 할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여, 요약 → 장면 → 요약으로 서술의 변화를 주면서 유연하게 접속시키고 있다. <도미전>에서 이야기의 흐름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리듬감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서술방식을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가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