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This is case study research with a qualitative approach on the experience and awareness of personal writing and academic writing of high school students. The study participants were 210 female high school students, submitting information for the research in the form of three life-stories about writing and the experience of writing class. As a result, high school students are experiencing a central phenomenon called “absence of writing instruction.” Using causal terms with formal writing instruction and contextual conditions heavily accounted for the lack of writing experience. The class focused only on writing grades and results on college entrance exams. Because of this, lack of self-confidence and awareness of writing for pleasure were built by negotiated terms. To create a useful writing class, it is necessary to re-conceptualize the value of writing and the way students interact with it This way, students can have a positive experience. Students should approach writing with awareness, deep thinking and a sense of identity.

KEYWORD

writing, writing class, absence of writing class, the experience of class, the awareness of writing class

Ⅰ. 들어가며open

최근 우리 사회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부터 뜨겁다. 개인적인 글쓰기부터 개인이 속한 조직 및 사회에서 요구하는 글쓰기를 배우기 위한 관련 서적의 출판과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2014년 한 해, 글쓰기 관련 서적 출간은 40권이 넘고 8월말 기준 글쓰기 관련 서적의 판매량은 작년 한 해의 1.5배에 이른다고 한다.1)

글쓰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학들도 기초 교양 글쓰기를 점차 강화하거나 전문적인 글쓰기 센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쓰기의 개념이 개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써 타인과 소통하는 일련의 정신활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즉 쓰기와 관련된 경험과 능력은 개인적 능력임과 동시에 사회적인 능력으로 담화공동체 일원으로서 담화수행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로써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언어학자 월터 옹은 글쓰기가 다른 어떤 발명품보다도 더욱 인간의 의식을 변화시켜 온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덧붙여 글쓰기를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과정의 재현이며 강력하게 확장된 양식(Ong, 1982; Bolter, 2010 : 295)이라고 규정하며 글쓰기 능력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따라 쓰기 기능 습득에 대한 체계를 갖춰 교육적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 중ㆍ고등학교에서는 쓰기수업의 실행에 따른 적절한 점검과정이 생략된 채 형식적인 쓰기 활동과 수업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학교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쓰기 수업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숙한 필자를 길러내는 데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실적 요구를 감안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 교육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시도와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가운데서도 수업은 우리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교육 활동이다. 특히 본고에서 다루는 쓰기 활동과 관련 수업은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 도구일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수단으로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더욱이 그 역할에 대한 고민과 교육 구성원으로서 교사와 학생들이 수업 실행과정에서 겪는 인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특히 쓰기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의 개인적 글쓰기 및 쓰기 수업경험에 대한 고등학생 필자들의 다양한 태도와 인식, 나아가 쓰기수업에 대한 요구들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쓰기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583556 (2014.09.15.)

Ⅱ. 쓰기수업 경험의 의미와 학생 필자open

쓰기 교육의 목표는 필자의 글 쓰는 목적에 맞게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쓰기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는 능숙한 필자를 길러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한편, 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적절한 어휘로 문자화하여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기억 속에서 쓰기수행 목표를 설정하고 쓰기 기능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지식, 담화 맥락에 대한 끊임없는 인지조절 과정을 요구하는 고차원적인 사고과정으로 볼 수 있다(Flower & Hayes, 1980).

실제 글 쓰는 상황을 가정할 때, 필자는 글을 쓰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일련의 복잡한 사고과정을 거쳐 글로 표현하게 된다. 특히 필자가 다양한 교육활동에 노출된 고등학생의 경우라면 개인적인 일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교육경험을 제공하는 학교생활에서 겪은 구체적인 사실이나 느낌, 경험 등은 모두 글쓰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때 교육활동과 관련된 경험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 나열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새롭게 인식하고 해석되면서 내면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개인이 겪는 담화공동체의 다양한 문제들을 적절히 조율해야 하는 문제해결과정이며 사회ㆍ문화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개인 및 집단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중요시하며 그 구성원들 간의 관계 형성을 통해 생산되는 창의적인 지식과 정보를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식한다. 또한 글쓰기가 고정적 형태로서 의미를 갖던 과거 인쇄매체 시대로부터 다매체의 상호텍스트성을 중시하는 현 시대에 이르기까지 필자들의 실질적인 쓰기활동 참여와 그에 따른 유용성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결국 능숙한 필자 역할이 강조되고 쓰기 능력이 사회생활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쓰기 교육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강조될 것이다 관련하여 최근 2009개정 교육과정은 작문을 단독 교과로 설정하지 않고 2007개정 교육과정부터 국어과 선택과목을 재구조화한 ‘화법과 작문’ 과목을 통해, 국가수준에서 요구하는 쓰기교육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2)

제시한 바와 같이 전문(全文)에서는 작문과목이 목표로 삼은 이상적인 필자의 모습을 포괄적인 수준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세부 목표에서는 각각 순서대로 지식, 기능과 전략, 태도 측면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화법의 목표인 ‘나’를 제외한 가, 다, 라는 작문과 관련된 목표로서, 쓰기관련 교육 내용과 학습이 실제 글을 쓰는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며, 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쓰기 기능 및 태도 등이 학습자의 능력으로 구체화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교육과학기술부, 2010 : 9).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교육과정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학교에서의 쓰기 수업, 쓰기 교육이 ‘실제 글 쓰는 상황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내용’이 어떤 과정과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것은 수업을 통해 학습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학습은 일련의 체계가 분명히 갖춰져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관련하여 학습 심리학자 피울 첸스는 ‘학습은 경험으로 인한 행동들의 변화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또 그는 이것을 3가지 명제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첫째, 학습은 변화틀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습득이란 말 대신 변화라는 말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학습으로 인해 항상 무엇이 습득되지는 않지만 학습은 항상 어떤 종류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근거를 제시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둘째, 학습이 일어날 때 변화하는 것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셋째,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경험이라고 하였다.3) 관련하여 노명완 외(2002)에서도 읽기 및 쓰기 즉, 문자를 다루는 행위로서 문식성은 생물학적 성숙의 결과가 아니라 학습된 결과라고 밝히고 이는 쓰기가 저절로 터득되고 발달되는 언어 기능이 아닌 구체적인 교육내용이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의미를 재구성해야 하는 심리적 과정임을 언급하고 있다.

위의 논의에서 함축하고 있는 바를 본고와 관련시켜 생각하면 쓰기수업에서 실제 글을 쓰는 활동이나 실행, 즉 경험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또한 경험을 통해 행동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쓰기수업을 학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연구자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학습은 교육에서 핵심적인 명제이자, 교수ㆍ학습 상황에서 학습자의 교육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자 근거로 불 수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쓰기 수업은 관련 이론에 치우쳐 학습이 이뤄지기 보다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관계 속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쓰기활동이 충분히 제공될 때 수업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즉 교육적으로 유익한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는 학습은 쉽게 잊혀질 뿐 아니라 지식, 태도 등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학습으로서 가치 또한 잃는 것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능숙한 필자로 길러내기 위한 좋은 쓰기 수업의 목적에서도 어긋난다.

여기서, 좋은 쓰기수업이란 ‘쓰기’와 ‘수업’이 균형을 맞추는 데서 비롯된다. 즉 언어의 의사소통능력신장 측면에서 구체적인 교육내용을 통해 학생 필자가 충분한 쓰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쓰기’역할은 충족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업은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에게 교육적 영향을 미치는 의도된 활동이므로, 교수자가 학습자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서로간의 적절한 상호작용이 이뤄질 때 ‘수업’의 본질에 가까위질 수 있다. 한편 이때, 균형이 무너져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쓰기수업을 구성하는 두 가지 중요 현상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교육환경에서 균형 상실이 불러올 결과는 수업만 부각되고 쓰기는 점차 그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쓰기수업에서 쓰기활동 없이 수업만 남는다면 그 수업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뿐만이 아닌, 학생이 갖는 수업 내 위치와 해야 할 역할이 중요해진다. 학생은 교사, 교육내용과 함께 수업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수업 장면에서 학생의 위치가 어떠하며, 어떤 역할을 갖느냐에 따라 수업 운영의 적극적인 협력자가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같은 공간에만 머물 뿐 수동적인 방관자도 될 수 있다. 한편 현재 우리의 교육 내ㆍ외적 여건과 풍토를 고려할 때, 수업에서 학생들 스스로의 자리 매김에 대한 결정권이 부족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다시 말해, 수업운영에서의 교사의 권한과 그에 따른 교실 규범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탓에 학생들의 참여와 선택권이 제한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하루 중에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교실수업에서의 경험은 학생의 인지적, 정의적 측면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박영목, 2008; Hilocks, 1986 ; Smagorinsky, 2006). 그런데 쓰기수업에서 글을 쓰는 경험이 항상 긍정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담감을 주거나 무의미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이 갖는 쓰기수업의 경험이 다양하고 그에 따른 인식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서수현, 2010 : 142 재인용).

그만큼 학생들이 쓰기수업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은 교사에 의해 제시되는 일률적인 학습목표와는 다른, 그들이 나름대로 설정하는 쓰기수업에 대한 목표 설정이나 구체적인 쓰기과제 수행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내면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의 개인적 글쓰기 및 수업에 대한 태도 평소 글쓰기를 통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 등과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 동기와 성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Guthrie & Alvermann, 1999).

이와 같이 어떤 의도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한번 형성된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인식과 태도는 상당한 기간 동안 일관된 반응을 보이며 또한 쉽게 변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필자로서의 인식은 개인마다의 축적된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며 자신만의 학습 성향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즉 부정적이거나 왜곡된 쓰기 인식과 태도는 평생 필자로서 살아가는 하는 학습자들에게 크나큰 부담이자 멍에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장은섭, 2014 : 206).

그러므로 쓰기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학생 필자들의 정체성은 평소 글쓰기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 및 신념과, 의도적인 교육활동으로서 쓰기수행 과정에서의 적극적 참여, 나아가 의미구성행위에 관여하는 주체적 태도를 형성할 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이 쓰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수업에서 긍정적인 필자인식 고취와 학생들의 적절한 역할을 찾아주기 위한 교실 규범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2) 全文-화법과 작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목적과 상황에 맞게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절차와 전략을 익혀,다양한 소통 맥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신장하고 바람직한 국어 문희를 창조하는 태도를 기른다. 가. 화법과 작문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이해한다. 나. 목적과 상황에 맞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화법의 절차와 전략을 익힌다. 다. 작문 상황에 맞게 글음 씀 수 있도록 작문의 절차와 전략을 익힌다. 라. 다양한 담화 활동과 글쓰기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석하는 태도를 가진다.

3) Paul Chance(2010), Learning and behavior : active learning edition. 6th. wadworth, a part of Cengage Learning. 김문수 외 공역(2010) ,『학습과 행동』, 서울 : 시그마프레스

Ⅲ. 연구 참여자 특성 및 연구 방법open

본 연구는 고등학생 필자들의 평소 글쓰기 경험과 학교 쓰기수업을 통해 겪었던 사건, 경험, 태도 등이 학생들의 쓰기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하여 기술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방도시 J시에 소재한 인문계여자고등학교 1학년 학생 210명4)으로 일주일에 5시간의 국어수업과 3시간의 방과후 수업을 받고 있다. J시는 고교평준화 지역이며 해당학교의 학생들은 J시에 소재한 인문계 고등학생 가운데 중상위권의 학업성취 수준을 갖고 있다. 학생들의 쓰기 경험 및 인식과 관련된 글쓰기는 수업진도 및 성적에 대한 학생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학기 말 시험이 끝나는 7월 둘째 주부터 8월 말까지 6주간에 걸쳐 총 세 차례로 나눠 작성하였다.5)

학생들에게 제시된 쓰기관련 주제는 한 차례에 두 가지씩 의도된 주제로 제시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경험들을 이야기 방식으로 지유스럽게 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평소 글쓰기는 자주합니까?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입니까?

평소 언제, 어떤 글들을 쓰는 편입니까? 그리고 글쓰기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 동안 학교(초ㆍ중ㆍ고)에서 받은 쓰기수업은 어떤 내용, 어떤 방식들이었습니까?

쓰기수업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입니까?

학교에서 쓰기수업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아쉬운 점과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글쓰기가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이며, 사회생활을 위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학생들은 위의 주제들을 최대한 허용적인 교실 분위기 속에서 형식에 구애됨 없이 자유스럽게 글을 써내려갔다. 요약적 진술도 있었으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인상적인 경험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였다. 관련하여 연구의 주된 분석 자료는 수업시간에 작성한 개인적 글쓰기 및 쓰기수업에 대한 학생의 글로써 이들 자료는 생활담 방식(life-story method)으로 이뤄졌다. McCarthey(2001)는 생활담 방식에 대해, 필자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스스로 기록한 이야기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잘 드러내는 도구로써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본 연구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 사회로부터 개념적 항목을 추출해 내는 사례연구 방법을 택했는데,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일반계 고등학생들의 특징이나 현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기술하고 분석하는 데 효과적인 연구방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 진행 절차는 다음과 같다.

<표 1>. 연구 진행 절차

한편 본 연구를 뒷받침하는 연구 방법적 틀에는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의 분석적 틀과 구성요소들이 주가로 적용되었다. 연구의 중심 자료는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고등학생들의 쓰기 및 쓰기수업 관련 생활담이며, 다른 하나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현상을 추가적으로 기술하기 위한 반구조화 된 면담자료이다. 그리고 연구를 진행함에 앞서 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의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데이터의 분석과정은 먼저, 참여한 학생들의 생활담을 모두 컴퓨터 파일로 변환하였다. 이후 관련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코딩 기본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때 기본 계획은 Bogdan과 Biklen(1992)이 제안한 사례 연구적 접근의 코딩체계6)를 따랐으며 이 가운데 중복될 우려가 있는 세 영역을 제외한 다음의 7가지 체계를 선정하여 1차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였다. 구체적인 체계는 1. 환경/맥락(setting/context) 3. 관점(perspectives) 5. 과정(ptocess) 6. 활동(actictivities) 8. 전략(strategies) 9. 관계와 사회구조(relationships and social struaure) 10. 방법(methods)으로 분류되었다(장은섭, 2013 : 113 재인용).

분석 과정에서 학생들의 쓰기 및 수업 경험에 대한 두드러진 감정 표현이나 유의미한 사건, 경험의 강호 정서적 민감성이 드러난 내용을 의미단위(meaning units)로 묶고 1차로 그 범주와 속성 등을 구분하였다. 이후 의미단위 범주의 규칙성을 세분화하기 위해 반복적 비교(Constant Comparison) 방법을 활용해 분석 내용들을 계속 보완하였다.

4) 연구에 참여한 전체 학생 수는 216명으로, 이 가운데 연구 목적에 비추어 정보를 직접적으로 파익하기 불충분한 내용을 제공한 6명의 쓰기경험담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5) 생활담을 세 차례로 나눠 작성한 이유는 첫째, 쓰기와 관련된 세 가지 주제를 각각 다른 날에 제시하여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글쓰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으며 둘째, 3차시로 나누어 생활담을 작성함으로써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태도가 전체 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6) 생활담 내용을 1. 환경/맥락(setting/context), 2. 상황 정의(definition of the situation), 3. 관점(perspectives), 4.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고 방식(way of thinking about people and objects), 5. 과정(process), 6. 활동(activities), 7. 사건(events), 8. 전력^strategies), 9. 관계와 사회구조(relationships and social structure), 10. 방법(methods)으로 분류하는 체계이다.

Ⅳ. 고등학생 필자의 쓰기와 수업에 대한 인식 양상open

사회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쓰기행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행위로 일컬어진다. 그리고 쓰기와 쓰기수업 경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필자 스스로에게 말 걸기를 포함한, 필자가 상정한 외부의 다양한 독자들 즉 동료교사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 사회 구성원 및 제도 등 그 대상이 구체적이든, 실체 없는 추상적인 현상이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사회적 행위로서 의사소통에 가깝다.

이와 같은 고등학생 필자들의 개인적 글쓰기와 쓰기수업 경험에 대한 태도 및 인식으로부터 도출된 총체적인 특성은, Strauss & Corbin(1998)의 패러다임 모형7)을 통해 그 양상을 <그림 1>과 같이 도식화하였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쓰기수업 부재’라는 현상을 중심으로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결과 내용을 요약적으로 기술하였다.

[그림 1]. 고등학생들의 쓰기와 쓰기수업 경험에 따른 패러다임 모형

분석된 고등학생들의 생활담 사례 기술에 앞서,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의 개인적 글쓰기와 쓰기수업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살펴보았는데,8) 그 결과는 [표 2]와 같다. 특히 이 결과는 연구에 참여한 전체 학생들의 평소 글쓰기와 쓰기수업에 대한 실태 및 태도 등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과 경향을 살펴보는 데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다.

<표 2>. 평소 개인적 글쓰기와 쓰기수업에 대한 실태 및 인식

먼저 수업에서 노트필기 등을 제외한 개인적이고 자발적인 글쓰기를 자주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별로 그렇지 않다, 에 가장 높은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인 답변 전체 반응도 77.6%에 이른다. 학생들마다 글을 자주 쓰지 않는 또는 못하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관련된 문항으로 5번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로써,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부정적인 반응이 79%에 이르렀다. 그 결과, 2번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입니까?’라는 질문에 66.7%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물론 글쓰기에 대한 태도 및 인식 등 실제 수행과정이나 호감 유무의 원인을 학교교육의 문제로만은 볼 수 없다. 한편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육과정 운영형태인 일반계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일상에서의 개인 및 가정생활보다 교육을 위한 학교에서의 생활이 월등히 많은 시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련하여 세 번째 항목, ‘글쓰기가 장래 대학 및 사회생활을 위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97.7%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다음 항목인 쓰기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24.8%에 그치고 있는 사실은 우리 학교수업의 효용성 문제를 떠나 쓰기수업 나아가 국어수업의 궁극적인 목적과 가치가 혼란을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지금부터 고등학생 필자들의 쓰기 인식 양상메 따른 패러다임 모형의 적용 결과를 살펴보도록 한다.9)

1. 인과적 조건 : 형식적인 글쓰기 지도

인과적 조건(casual conditions)은 중심현상인 ‘쓰기수업 부재’의 원인이 되는 경험과 현상으로 ‘형식적인 글쓰기 지도’항목으로 구체화되었다.

쓰기지식, 절차에 대한 교사위주의 설명식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이후에도 내가 정말 글을 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무작정 글을 쓰라고 하는 식이 많아서 얻는 것도 없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학생 52]

평소에는 특별히 쓰는 일이 없다가 독후감 쓰기나 스승의 날, 어버이날 편지쓰기 등을 자주 했었는데 그나마 그때라도 쓸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41]

정말 쓸데없다. 36명의 많은 아이들의 글을 어떻게 일일이 볼 수 있겠는가. 수업내용이나 방식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정말 형식적이고 재미없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학생 1]

많은 학생들의 솔직한 표현처럼, 학교에서의 실시되고 있는 대부분 글쓰기는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필자 스스로의 능동적인 수행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학생들의 경험처럼, 본인이 쓰고 싶은 주제와 형식으로 자유롭게 쓰기보다는 학교에서 치러지는 백일장, 독후감, 논술쓰기 등 교내 국어과 행사로 진행되어 학생들의 참여의사에는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상당수를 이뤘다. 한편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특정 기념일을 맞춰, 계기교육의 형태의 글쓰기 경험이 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일률적인 행사께 이뤄지는 쓰기 활동들은 해당 활동의 취지에 맞는 글쓰기 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연습시간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채 무작정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이 형식적인 쓰기수업이 이뤄지게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의 반응처럼 글쓰기가 힘이 들거나,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결국에는 쓰기가 부정적인 행위 또는 힘겨움의 정서로 인식되는 계기로 작용되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2. 맥락적 조건 : 쓰기경험 부족, 입시위주 수업, 쓰기결과 점수화에 대한 부담감

맥락적 조건(contextual conditions) 은 중심현상인 ‘쓰기수업 부재’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현상 및 조건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개인적인 쓰기경험의 부족을 언급하거나 국내 교육 풍토에서 비롯된 현상들이 구체화된 사례이다.

먼저 ‘쓰기경험 부족’에 대한 학생 필자들의 경험담 사례이다

평소에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어디에서든 글을 쓸 기회가 없다. 또한 막상 쓰려고 해도 자발적으로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계속 글을 잘 안 쓰다 보니 점점 글쓰기가 더 어려워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학생 7]

일단 선생님이 어떤 주제를 주고 개념, 자신의 생각 등을 써오라고 하는데 그런 걸 할 때마다 뭔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가 텅 비고 생각들이 없어지고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서 못쓰고 또 평소에 생각이나 고민 등 이런 걸 잘 안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학생 26]

이것 저것 구애받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적고 싶은데, 막상 적고나면 뒤죽박죽이라 더 쓰고 싶지 않다. [학생 119]

실제 글쓰기에 대한 경험이 많고 적음을 결정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스스로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는 데 적극성을 띠기보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국어과 행사로서 쓰기 활동을 제외하면 평소 글을 쓸 기회가 없다고 털어 놓고 있다. 관련된 학생 대부분의 푸념들도 거의 비슷하다. 즉 무언가를 써보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머리가 텅 비거나, 내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워서’ 쓰기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 뿐만 아니라 ‘막상 적고나면 글의 내용이 뒤죽박죽’되어 자신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워 막막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이 겪고 있는 쓰기경험 부족은 학생 자신이 쓰기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심리적 영향, 즉 쓸 내용이나 방법에 대한 막연함이나 두려움에서 비롯되어 ‘학교에서는 물론 집에서나 어디에서도 글을 쓸 기회가 없다’라고 단정 짓는 의욕 상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입시위주 수업’에 대한 학생 필자들의 경험담 사례이다.

글쓰기를 자주 못하는 이유는 중학교 때는 학교가 일찍 끝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일기라도 꾸준히 쓰곤 했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턴 입시 체제라 보충이다 야자다. 또 학원을 갔다 오고 나면 피곤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학생 5]

중학교부터 지금까지 쓰기수업은 거의 교과서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 문법이나 시험, 수능대비를 위한 공부! 그냥 학교에서 하라고 하는 것 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보니 생각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머리도 아프다. [학생 46]

교과나 담임선생님들은 학교 시험에 맞춰 진도 나가기에 바쁘시다. 웃기게도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재미있고 글도 써가며 받았던 수업은 교생선생님이 해준 수업밖에 없는 것 같다. [학생 129]

다음은 ‘쓰기결과 점수화에 대한 부담감’에 대한 학생 필자들의 경험담 사례이다.

학교에서 글쓰기는 백일장이나 글짓기 날 때만 하는데, 내가 쓰고 싶은 주제와는 무관하니 지루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점수 따기만을 위한 목적을 둔 글쓰기가 될 수밖에 없다. 내 생각이 전부 점수화된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학생이 있을까. [학생 54]

선생님께서 이론을 설명해주시고 갑자기 수행평가라며 글쓰기를 하게 했다. 글쓰기를 자유롭게 하고 싶은데 수행평가라 하면 일단 뭘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어 오히려 잘 못 쓰는 것 같다. [학생 42]

가정에서보다 학교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반계 고등학생의 경우, 하루 종일 빼곡한 수업과 이후의 보충학습, 그리고 야자와 학원으로 이어지는 교육활동 시간의 경직성은 일부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일이다. 이 상황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학생들이 쫓기는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보다 입시와 성적에 따른 불안하고 긴장된 심리 상태가 날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사례로 제시된 ‘입시위주 수업’과 ‘쓰기결과 점수화에 대한 부담감’ 두 항목 모두 국내의 성적 및 입시위주의 왜곡된 교육풍토를 보여주는 우리 교육의 현재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의도적인 교육내용으로 제공된 지식과 기능, 태도는 적절한 평가를 통해 그 성취 수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평가는 교육 운영 면에서 핵심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가를 계획하고 실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육내용이, 즉 쓰기관련 기능 및 수행, 태도 등이 체계적이고 적절한 교육내용으로 제공되고 학습자들이 충분히 확보된 시간 내에서 이해와 연습을 통해 관련 학습내용을 익힌 이후에 평가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선 평가의 시행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쓰기교육 환경은 적절한 교육내용의 제공 없이 결과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기에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지식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방법도 넓히는 시기이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이러한 특성은 그대로 적용되어 필자 자신이 이미 습득한 기능을 다양한 상황의 쓰기로 가져오는 방법에 대한 고민하고 더 나아가 학문으로서 글쓰기 세계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기이다(Lemke, 1990; Gee, 1996; 정혜승 외, 2009 재인용). 이때 맥락적 조건들이 다른 양상으로 반응하여, 학생들의 쓰기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고 입시중심의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평가의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쓰기수업 부재’라는 중심 현상으로 이동을 지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중심현상 : 쓰기수업 부재

쓰기수업 부재는 고등학생 필자들이 생활담을 통해 분석된, 맥락적 조건의 특수한 요인과 인과적 조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지목된 쓰기 및 쓰기수업 경험과 인식에 따른 중심 현상으르 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종이를 주고 생각을 표현하라. 이러면 끝이었다. 선생님들은 단지 교탁 앞에 서있고 학생들은 선생님이 나눠 준 종이 앞에서 서로 눈치보며 소리만 내지 않았지, 끙끙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학생 99]

지금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수업을 받은 기억이 없다. 선생님들이 글쓰는 법도 먼저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쓰라고만 하니까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고 답답했다. [학생 24]

초등학교 때는 맞줌법, 띄어쓰기 수업, 중ㆍ고등학교 때는 시험에 대한 설명 위주 수업을 받았던 것 같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해 특별히 설명을 들어 보지 못했고 어떤 순서로 써야한다는 과정에 대한 설명 정도를 수업 받았던 것 같다. 특히, 백일장 같은 교내 대회를 한 이후에 내가 틀린 부분을 고쳐주지 않으니까 그냥 무작정 쓰기만 했던 것 같다. [학생 201]

중심 현상인 ‘쓰기수업 부재’를 좀 더 분명히 규정하자면 제대로 된 쓰기수업이 실행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인과적 조건으로 꼽았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서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글쓰기 지도 문제와 함께, 특수한 조건으로서 영향을 미쳤던 개인적 쓰기경험의 부족과 입시 및 성적중심 학교 문화께서 비롯된 부담감이 학생들에게 어떤 양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제대로 된 쓰기수업이 갖춰야 할 요건’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연구자는 다른 선행 연구들에서 지적한 쓰기수업의 문제점을 요약하여 제시하기보다는 본 연구에서 초점으로 삼은 고등학생들의 생활담 내에서 쓰기수업의 구성요인과 그 원인을 찾아 보았다. 해당 원인으로 첫째, 글쓰는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수업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글 쓰는 방법에 대해 특별한 설명이나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점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둘째, 주제 정도를 제시하고 무작정 써보라는 일방적인 수업이 만연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쓰기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대부분 미숙한 필자로서, 글을 적절히 쓰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못지않게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는 전문가의 시범과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학생의 쓰기기능 및 태도에 대한 정서적 민감성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즉 대부분의 학생은 자신의 글이 상대방 글과 비교되거나 발표를 통해 부족한 점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이 쓴 글에 대한 교사의 점검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쓰기 활동을 제시하고 학생의 글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글에 대한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쓰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미숙한 필자로서 부정적인 인식이 내면화될 수밖에 없다.

4. 중재적 조건 : 쓰기자신감 결여, 쓰기즐거움 인식, 학교 밖 쓰기활동

고등학생 필자들이 우리 쓰기교육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자 현상으로 주목한 ‘쓰기 수업 부재’는 이후의 학생의 개별적인 대응방식에 따라 개인적 글쓰기 및 쓰기수업에 대한 반응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중재적 조건(intervening conditions)은 후속 과정인 작용/상호작용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행동들로 구분되는데, 본고에서는 세 가지 중요한 현상으로 구체화되었다.

먼저 ‘쓰기자신감 결여’에 대한 학생 필자들의 경험담 사례이다.

일단, 글쓰기 자체에 부담감이 많은 것 같다. 이게 주제와 부합한지 아닌지 또, 글 쓸 때마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 지가 먼저 떠오른다. 또 어떤 때는 쓰는 것에 대해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학생 3]

내 생각을 글로 표현 하는 게 참 어렵다. 다른 친구들이 20줄 쓸 때 5줄도 겨우 힘들게 채울 때가 많다 …… 친구들이 (내 글을) 보고 웃으면 너무 창피해서 글 쓰는 게 싫다 [학생 146]

실제 글을 쓸 때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한 시간 안에 쓰려고 하면, 내 생각을 썼음에도 선생님이 읽어보고 이런 건 빼라고 할 때가 있다 특히 학생들 앞에서 잘못 쓴 예로 들기도 하고, 쓴 글을 발표하기 싫은데 억지로 발표를 시킨다. 이런 걸 하다보면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하면서 글을 써야 하나 답답할 때가 많았다. [학생 125]

‘쓰기 자신감 결여’ 항목은 이 모형에서 작용 및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시도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의 생활담에서 간단하게든, 구체적이든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과 자신감이 부족함을 드러내었다. 앞선 [표 2]에서 확인했듯이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66.7%의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79%의 학생들이 글쓰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르 평소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은 자신감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쓰기행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학생들의 반응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글 쓰는 기능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쓰기수행 자체의 어려움이라면, 두 번째는 타인에 대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타인으로 상정되는 학생과 교사는 쓰기 부담감을 가중시키는 양상이 상당히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먼저 학생, 즉 친구들은 쓰기상황에서 필자에게 언제나 의식되는 존재로 여겨지기보다는 가벼운 개입의 여지가 있는 개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반면에 교사는 학생의 쓰기상황과 과제수행 장면에서 항상 개입되어 있는 필연적인 존재로서 성격을 가진다.

박영민 외(2009)는 Bandura의 자기효능감의 개념을 논의하며 학교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학생들의 성과는 학습 결과나 지식보다 효능감이 더 큰 영향을 받으며, 예측할 수 있다고 하였다. 덧붙여 쓰기 수업에서의 효능감이 쓰기 수행의 과정 및 결과뿐 아니라 쓰기 학습에서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였다. 이를 고려할 때, 위의 경우처럼 교사가 부정적인 쓰기활동 개입을 하거나 과제에 대한 핀잔, 나아가 학생의 쓰기 학습목표 성취를 위한 긍정적 쓰기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학생 필자들의 쓰기 효능감 즉, 쓰기 태도 및 정서변화와 발달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다음은 ‘쓰기즐거움 인식’에 대한 학생 필자들의 경험담 사례이다.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 때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다. 물론 자주 쓰지는 못하지만, 내 생각이나 나만 알 수 있는 내 진심을 글로 쓰고 또 읽으면서 스스로 위안 받기도 한다. [학생 14]

글을 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상하고 구상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글쓰기는 그러한 상상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주므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 글을 쓰다보면 즐거워지고 상상의 나래에 빠지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학생 105]

고등학교에 올라와 국어시간에 처음으로 썼던 글은 자신의 미래나 자기에게 뜨거웠던 사람에 대해 써보는 것이었다. …… 비록 한번 뿐이었지만 내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표현 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시고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 좋았다. [학생 56]

글쓰기 즐거움은 중재적 조건으로서 작용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사실또는 시도이다. 실제 소수의 참며자들만이 글쓰기에 대한 즐거움을 드러냈다. 연구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이 글쓰기를 통한 즐거움을 무엇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즐거움을 찾고 또 그것을 내면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쓰기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은 많은 학생들에게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될 것이다.

가장 일반적일 수 있지만 즐거움을 느끼는 중요한 특징은 학생들이 먼저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다. 즉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실제 연구 참여자의 경우, 자신의 글에 대한 만족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쓰기 자체를 꺼려하고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글 수준을 떠나 필자 스스로 성취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학생 56]의 생활담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등학교에 올라와 단 한 번의 글쓰기 활동이었지만 교사의 적절한 안내와 설명, 그리고 유익한 쓰기 경험의 부여를 통해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톱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감을 갖고 있다. 한편 [학생 14]의 경우처럼, 자주 쓰지 못하는 일기일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여기에 필자의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면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학교 밖 쓰기활동’에 대한 학생 필자들의 경험담 사례이다.

현재 소설을 연재 중이어서 자주 쓰고 또 그걸 즐기는 편이다. 아마도 중학교 때 잠깐 다닌 논술학원의 영향으로 내 생각을 글로 쓰는데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일상에 대해 메모 등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학생 38]

평소 자잘한 생각이 많은 편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들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판타지 형식의 글 또는 그 날 그 날 일기를 쓰는 것을 즐겨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글 쓰는 것과 그 글을 직접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 124]

학교에서 글을 쓰는 짬을 내기 어렵지만 가끔 씩 짧은 소설을 쓰는 편인데, 내가 만들어낸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는 게 즐겁다. 시간도 빨리 가고 누가 옆에서 내 글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기 때문에 즐거운 것 같다. [학생 202]

참여자들 가운데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기나 편자 시와 소설 등을 쓴다는 학생이 15명(7.1%)에 이르렀다. 수치상으로 보면 소수에 불과하지만 학교 밖 쓰기활동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중재적 조건으로 분류하였다. 즉 중심현상인 ‘쓰기수업의 부재’에서 작용과 상호작용의 과정을 거쳐 결과로 이어지는 패러다임의 모형의 기본적인 틀에서, 중재적 조건은 쓰기수업이 갖고 있는 궁극적 목적과 가치를 더욱 강화할 수도 제한할 수도 있는 특징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맥락적 조건들로 인해 형성된 ‘쓰기경험 부족’ , ‘입시위주 수업’ , ‘쓰기결과 점수화에 대한 부담감’ 즉, 쓰기와 쓰기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태도와 인식을 다소나마 억제하고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긍정적 경험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앞 절에서 언급한 ‘쓰기즐거움에 대한 인식’과 ‘학교 밖 쓰기활동’을 통해 이미 필자에게 형성된 ‘쓰기수업의 부재’라는 중심현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5. 작용/상호작용 : 쓰기와 쓰기수업가치에 대한 재인식/외면

작용/상호작용(actions/interactions) 항목은 ‘쓰기수업 부재’라는 중심 현상이 앞선 세 가지 중재적 조건들의 영향으로 인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보여주는 항목으로 고등학생 필자들 개개인의 대처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참여자들 일부가 쓰기와 쓰기수업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생활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재인식의 방향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쓰기의 본질적 가치와 효용에 대한 접근이며 두 번째는 쓰기를 통한 진로 및 진학에서의 유용성에 대한 접근으로써 그 구체적인 예는 아래와 같다.

-긍정적 인식

글쓰기는 나의 생각, 의견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한 개인이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요즘엔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학생 123]

어떤 생각이나 사상을 글로 표현할 때는 여러 번 생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력도 높아지고 표현력도 좋아진다. 자기주장을 더욱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할 수 있고 말투도 조리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사회생활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학생 11]

-진학/진로에서의 유용성

일단 대학교를 수시 전형으로 지원했을 때 자기 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때 글쓰기 실력이 좋아야 할 것 같다. 또 대학교에 가도 리포트나 시험을 볼 때도 대부분 글쓰기 형식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중요한 것 같다. 직업을 가져도 글쓰기를 하지 않는 직업은 별로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 12]

결정적인 모든 것이 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 대입 입시 자기소개서, 면접 준비, 논술 등 글쓰기는 사회의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있기 때문이다. [학생 130]

쓰기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진학 및 진로에서의 쓰기의 유용성 모두 중심현상인 ‘쓰기수업 부재’ 문제를 해결할 수 단서로서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두 가지 유형의 성격은 분명 다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즉 첫 번째, 쓰기와 쓰기수업에 대한 학습자들의 긍정적 인식은 대체로 글쓰기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며 나아가 타인과의 의사소통상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유용한 도구이자 사회적 산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진로 및 진학에서의 유용성 측면은 연구 대상이 고등학생으로 국내 교육 환경과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글을 쓰는 일을 장래 진로로 여기고 반응을 보인 경우도 드물게 있으나, 많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및 논술고사 준비, 대학에서의 리포트 작성 등 대학진학과 진로 등 현실적인 교육의 문턱을 넘기 위한 쓰기능력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쓰기수업부재라는 우리 교육현실을 비추는 중심 현상이, 단지 학생 필자 개인의 문제로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덧붙여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 필자가 갖추고자 하는 쓰기능력이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떤 목적성을 가지느냐가 쓰기 교육의 본질과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은 부정적 반응을 통해 드러난 ‘쓰기와 쓰기수업 가치에 대한 외면’에 대한 생활담 사례들이다.

그냥 학교에서 무엇을 쓴다는 게 인식이 좋지 않다. 글을 쓸 때 내가 정말 글을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쓰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학생 65]

쓸 만한 내용이 없는데 억지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할 시간이라도 넉넉하면 모를까 한 시간도 되지 않는 40~50분 안에 원고지 몇 장을 채워라 식이어서 글 쓰는 것이 “고문”이었다. [학생 25]

쓰기와 쓰기수업 가치에 대한 외면은 정해진 교실 규범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학생들 대부분은 개인적이고 자유스러운 글쓰기에 대한 경험을 꺼내놓는 데 인색했다. 평소 개인적인 글쓰기가 어렵고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에 학교 쓰기수업까지 외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오히려 대부분은 형식적이고 엄격한 교실 규범과 그 안에서의 설명위주의 단조로운 수업 방식에서 글쓰기에 대한 홍미와 본연의 가치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단순히 쓰기수업의 내용과 질에 대한 아쉬움이나 힘겨움 정도로 그칠 문제는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글쓰기 시간이 안타까움을 넘어 ‘고문’ 내지는 ‘시간낭비’라 여기는 것은 거의 울분에 가깝다. 그 만큼 실제 쓰기수업을 두고 학생들이 느끼는 거부감과 갈등, 외면의 태도는 경험담으로 전해지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쓰기교육 현실에 대한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돌변한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내면화되었다는 점이다.

6. 결과 : 유익한 쓰기수업 실행에 대한 요구, 교육 현실에 대한 불신

결과(consequences)는 고등학생 필자들이 ‘쓰기수업 부재’라는 중심현상에 대해 긍정과 부정적인 작용/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다른 행동의 결과로 가져온 현상들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쓰기 및 쓰기수업 가치에 대한 재인식’은 ‘유익한 쓰기수업 실행에 대한 욕구’로 실현되었으며, ‘쓰기 및 쓰기수업 가치에 대한 외면’은 ‘교육 현실에 대한 불신’으로 재현되었다.

먼저, 쓰기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쓰기수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게 된 필자들의 생활담 사례이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20년 후 내 모습이란 글을 썼던 게 인상에 남는다. 모둠을 나누어 서로의 글을 읽고 으뜸이라 생각하는 아이가 발표하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글에 대해 부족한 점을 짚어주는 수업이었는데 같은 주제로 많은 생각들이 엮기고 부딪히는 모습이 새로웠다. [학생 203]

수업을 조금 더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하면 좋겠다. 현재는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느라 꼼꼼히 자신의 글에 대해 지도를 받을 수 없다. 직접 찾아가 부탁드리면 선생님도 잘 봐주시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 주입식으로 하지 말고 토론ㆍ토의 등을 통해 생각을 충분히 나누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 [학생 1]

우선 글쓰기 수업 시간 자체를 중분히 갖고 그냥 글 쓰는 방법을 선생님께서 설명만 해주시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시도 다양하게 보여주고 수업을 듣고 나서 학생들이 쓴 글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더욱 의욕과 흥미를 가지고 제대로 된 쓰기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 14]

다음은 쓰기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 경직된 학교 쓰기수업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게 된 필자들의 생활담 사례이다.

학교에서 보통 글쓰기와 관련된 수업을 받게 될 때는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쓰는 방법이나 순서만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학생들이 글 쓴 것을 제출하면 제대로 검사해주시지 않는다. 그냥 수업을 받고 글 한 편 썼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넘어가는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학생 14]

주제를 정해주고 제목은 이렇게 내용은 이렇게, 주입식으로 쓰여 지고 이해된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수업도 필요 없이 책만 따로 공부하면 될 것이다. 사람마다 글을 읽고 느끼는 것은 다른데, 수업에서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답으로 시험을 출제하고 정답과 오답을 가려낸다. 너무 모순적인 것 같다. [학생 202]

지난날을 보면 우리의 사고력이나 창의력은 정형화된 글쓰기 패턴과 대학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어 변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초등학생 때 보다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어느 순간 학생들 사이에서 글쓰기 기피현상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우리의 책임일까? [학생 23]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인식된 ‘결과’의 두 가지 도출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파악되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과 교사 사이에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이뤄졌느냐 하는 문제이다. 특히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학생들의 경우처럼, 수업공간에 같이 머물고 있지만 두 수업 주체간의 역할은 별개로 서로 고립된 존재로 상대방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창의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요구와는 무관하게 오랜 우리 교육의 관습과 교육 풍토에서 기인한 주입식 입시중심의 지식교육이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정해져 있는 한 가지 답을 얻기 위해 지식을 쫓고 이를 통해 성적 중심의 단조롭고 폐쇄적인 교육 환경이 견고해질수록 우리 교육의 높은 장벽에 갇힌 학생들은 더욱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면 유익한 쓰기수업에 대한 욕구를 보인 학생들의 경우처럼, 학생들이 쓰기와 관련된 혁신적인 수업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그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쓰기과제나 활동을 부여하고 학생들의 완성한 글에 대해 교사가 관심을 가져주는 수업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상반된 현상들은 교실이라는 수업공간에서 학생과 교사 간에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학생들이 좋은 필자로서 성장해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문식성에 대한 태도는 학생이 인식하는 교실 맥락과 교사와의 관계, 그리고 학생필자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수업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McCarthey, 2002 ; 서수현, 2010 : 148-149 재인용).

학생들의 생활담 사례를 통해 유익한 쓰기수업 실행에 대한 요구와 교육 현실에 대한 불신의 경계에 놓인, 좋은 쓰기 수업이 갖춰야 할 특징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론위주의 형식적, 설명식 수업이 아닌, 쓰기 교육내용을 제시한 이후에는 이에 대해 교사의 시범 등 적절한 예를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글을 쓰기 위한 고정적이고 충분한 시간 확보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일률적인 형식이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글을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쓸 수 있는 교실 환경이 필요하다. 넷째, 자신이 쓴 글에 대해 교사로부터 공감 있는 조언과 구체적인 첨삭지도가 필요하다.

7) 패러다임모형(paradigm model)의 기본구성 요소는 중심현상을 중심으로≫ 조건,작용/상호작용, 결과로 이뤄져 있다. 구체적인 각 요소로≫ 인과적 조건(casual conditions)은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이나 영향을 미치는 경험 또는 사건을 가리키며, 맥락적(contextual) 조건은 어떤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일어나게 하는 특수한 조건을 의미하며, 중재적(intervening) 조건은 중심 현상을 매개하거나 이투의 과정인 작용/상호작용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시도들을 가리키며,작용/상호작용(aaions/intemctions)은 어떠한 현상이나 문제에 대해 일반적 또는 전략적으로 조절하고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결과{consequences)는 앞선 작용/상호작용의 결과물로서 전체적인 중심현상에 따른 반응의 결괴ㅣ를 의미한다.

8) 학생들의 생활담 사례를 수집하는 동안 각각의 글쓰기 주제와 관련된 다섯 가지 설문 항목을 4단계 리커트 척도로 조사하여 빈도분석을 실시하였다.

9) 학생들이 실제 작성한 생활담의 내용 가운데 맞춤법과 띄어쓰기,속어 표현 등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가져오는 사례에 대해서는 일부 내용의 교정을 통해 제시하기로 한다.

Ⅴ. 나오며open

담화공동체 구성원 간 의사소통 매개인 언어를 주로 다루는 국어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어 사용의 다양성을 구체화하여 학습자께게 의사소통 기능신장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원만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와도 밀접하다.

그런데 현재 이뤄지는 국어 교육은 학습자의 발달 측면 고려와 언어사용기능 향상을 위한 적절한 교육 내용보다는 국어의 하위 영역과 관련된 지식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국어수업 시간, 학령 수준에 따른 학습자의 언어시용 발달 문제, 즉 본고에서 제한하여 다루는 쓰기 교육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국내의 교육적 여건을 배제한 체 교수자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학생이 겪는 학습 상황 및 사회구성원으로서 적절한 쓰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적절한 역할 기여가 필요하다(장은섭, 2014 : 176).

실제 학습자의 관점에서 쓰기 수업이 유익하고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교육내용이 쓰기관련 지식, 기능, 태도 능력을 적절히 길러내어, 학생이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초ㆍ중ㆍ고등학교 각 학교 급, 나아가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른 충분한 쓰기 활동을 통해 학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절하게 글로 표현하여 의사소통의 목적을 달성할 때 가능한 것이다.

특히 글쓰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학생 필자들은 자신의 쓰기 활동 맥락에서, 스스로 기대하는 필자로서 목적과 방향이 긍정적인 형태로 내재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단순히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라는 보편적 필자들의 이상적인 목표행동과는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쓰기를 통한 자신의 의사소통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개인 필자로서 타인과의 상호작용 결과뿐만 아니라 쓰기 능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의사소통의 가치와 목적을 어느 수준에서 수용하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쓰기수업 부재’라는 중심현상이 중재적 조건을 통해 결과로 도출되는 과정에서‘작용 또는 상호작용’의 전략적인 조절과 점검과정은 고등학생 필자로서 쓰기교육 현실에 대한 거부감과 이질감, 그리고 ‘쓰기 가치의 유용성에 대한 확신’ 사이의 심리적 조정과정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홍우(2009)는 피터즈의 논의를 빌어 우리 교육이 목적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의 내재적 가치를 높여 내재적 정당화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논의를 쓰기교육 상황에 적용시켜 보면 쓰기에 대한 가치, 기능, 태도 등 학교 수업을 통해 다뤄야하고 학생들이 익혀야할 글쓰기 교육의 핵심적 내용들은, 결국 학생들에게 유익한 교육적 경험으로 내재화되고 학교 밖 능숙한 문식 활동으로 표출될 때 비로소 그 교육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업을 통해 교육문제를 바라보고 판단한다. 그리고 교실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개인적 공간이면서도 서로의 역할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통합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즉 수업은 둘 사이의 움직임이 활발하고 또 연속적인 흐름을 가질 때 교육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가 살펴 본 고등학생들의 쓰기와 쓰기수업에 대한 인식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온 것으로써 쉽게 변하기 어렵다. 한편 학생과 교사는 수업을 통해 늘 마주치고 서로 교차하며 공감을 시도한다. 이렇듯 두 집단의 만남과 관계가 지속될 수 있기에, 쓰기에 대해 가졌던 어렵고 부정적인 인식들이 차츰 재미있고 긍정적인 인식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부터라도 수업에서 어느 한 구성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기보다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 논문은 2015년 1월 28일에 접수하여 2015년 2월 28일에 논문 심사를 완료하고 2015년 3월 5일에 게재를 확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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